요즘 보기 드물게
허리가 심하게 꼬브라진 할머니가
무거운 유리문 밀기도 버겁게
들어 오시길래 폰 고장이라도 났나 해서
얼른 나가 마중하며 무슨일로 오셨어요? 라고 물었죠
할머니가 들기에 힘겨워 보이는 천가방을
밀고 들어 오셨는데 그안에는 머윗대와 돌나물들이
싱싱 들어 있어 향긋한 풋내가 가게에 금새 가득 차네요.
아마도
시장 노점의 야채파는 할머니 중의 한분 같아요
"오늘 비가 온다고 해서 ......."
-" 비가 올것 같죠잉 . 근데 뭐 도와드리까요?"
"오늘 비가 온디야 .머웃대 3000원 값만 사"
-"할머니 여긴 삼실이라 살림은 안하는데요 "
" 3000원값만 사"
-" 에고 할머니 커피 한잔 하고 쉬었다 가셔요"
"커피 먹었어 3000원값만 사"
하두 애처로운 눈으로
삼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올려다 보는 눈을 피할수가 없네요 .
길가에 있는 가게들이
하루에도 몇번씩 잡상인등이 들어 오기때문에
나름 거절 방법이 있는데
할머니는 거절도 안통하게 주저 앉아 있네요 ㅠ,.ㅠ
"할머니 그거 다 얼마친데?"
"6000원깞이여"
"글믄 제가 5000원 드릴께요 여기 놓고 비오기 전에 집에 가셔요"
"3000원값만 사"
"비온다는디 또 어느가게로 가실려고요. "
"3000원값만 사"
가방안을 들여다 보니
머윗대가 오동통한게 나란나란 이쁘게 담겨 있네요 .
" 할머니 이거 어디서 뜯었어요?"
"이거? 산에서 뜯었어"
"에구 할머니 산에 이런 머윗대가 어딧어요 밭에서 뜯으셨고만"
"밭에서도 쬐끔 뜯었어"
"할머니 그 기력에 산 근처도 못가실것 같은디요?"
"3000원값만 사"
" ㅋㅋ 아따 할머니 5000원 "
슬슬 장난기가 발동해 서로 웃고 있습니다 ㅎㅎ
"그려 그럭줘봐"
흥정이 잘 됬나 싶어
비닐 봉다리를 드렸더니 옯겨 담다 말고
바닥에 한줌은 남기는거에요 .
흥정은 6000원 어치라 한걸 5000원에 달라 했는데 ㅋㅋ
"할머니 이거는 왜 남기셔요?"
"5000원값이잔어"
" ㅋㅋ "
" 에구 할머니 이리 주셔요 . 이거 들고 옆가게 또 가려구 그러죠 ㅋ"
".................................."
시퍼런 만원짜리 지폐한장을 드렸는데
"잔돈이 없어" 하시네요
주머니에 1000원짜리 뭉치가 보이는데두요 .
저두 첨부터 5000원만 드릴수도 있는데 부러 10000원짜리를 드렸지요 .
"그래요 할머니 차비해서 들어 가셔요 ^^"
"돌나물 3000원값만 사"
"ㅎㅎㅎㅎㅎ ㅎㅎ ㅎㅎ"
"잔돈 안 줘도 되니까 돌나물은 그냥 가지고 가셔요 "
그제서야 얼굴에 화색이 도신 할머니
"커피 한잔 줄겨?"
"커피 드셨다믄서요"
"아니여 언제........."
"ㅋㅎㅋㅎㅋㅎㅎㅋㅎㅋㅎㅋㅎ"
3000원값 팔로 오셨다가
10000원에 팔고 커피까지 챙겨 드시고 간 할머니 덕에
저는 머위대 3~4키로정도 되는것 같은데
조금 나물해 먹고
나머지는 효소를 담았네요 ㅋㅋ
머위 효소가 어디에 좋은지 찾아 봐야 겠어요 .
머윗대 효소에요 민들레 효소 벌써 발효 되느라 거품이 많이 올라 오네요
근데요
웃으며 고맙다고 말하고
어정어정 꼬브라진 허리를
애써 꼬추 세우며 문 밖으로 나가신 할머니
큰길 건너 가시는데
차가 오니까
후다닥 달음질 ......
아까 그 허리 꼬브라진 애처로운
할머니 어디로 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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