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서럽다 ①] '바른말 한마디'에 학교 밖으로 쫓겨난 교사들
-‘재단에 맞서 교내비리 말하면 다친다’ 공식처럼…
-스승의 날 맞아 석연찮게 해고된 교사들 사연 주목
스승의 날에 당당히 교단에 서있어야 할 교사들이 학교 밖에서 하염없이 학생들을 그리워하며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바로 사학비리를 폭로해 직위해제 당하거나 파면 당한 교사들이다.
그들은 교내 비리를 막기 위해 ‘바른말’을 했다가 교단을 떠나야 했다. 그들에게 다가오는 스승의 날은 서럽다. 아니 학생들에게 도움이 안돼 미안하기만 하다.
서울 동구마케팅고 안종훈(43) 교사는 지난 2012년 학교법인 동구학원의 재단 비리 등을 폭로한 뒤 두 번의 파면을 당했다가 지난해 복직됐으나 올해 학기 중에 돌연 직위해제 됐다.
지난해 5월 교육부의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파면 취소결정을 내리면서 다시 학교로 돌아온 안 교사. 파면 취소는 원직 복직을 뜻하는 것으로, 다시 교단에 설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러나 학교는 안 교사에게 수업을 배정하지 않고 아무런 일을 시키지 않은채 학생들을 점심시간에 줄세우는 역할만 맡겼다. 학교는 당시 “학생들이 기간제 교사에게 수업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안 교사에게 수업을 맡기면 학생들의 혼란이 가중된다”는 핑계를 댔다.
안 교사는 8개월을 기다려 올해 신학기 수업을 맡게됐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 주위에선 “안 교사가 직위해제 당할 것이다”란 소문이 퍼졌다. 안 교사는 외면했다. 오히려 오래간만에 교단에 서는 안교사는 수업시간에 다시 학생들을 만날 생각에 설렜다.
하지만 소문은 그대로 현실로 나타났다. 새학기가 시작된지 보름만에 학교는 안 교사에게 직위해제 명령을 내렸고 모든 수업에서 배제시켰다. 이후 학교는 안 교사에게 출근조차 금지시켰다. 학교는 “직위해제 당한 안 교사가 출근하면 학생들의 혼란이 크기 때문에 출근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황당한 말만 남겼다.
직위해제 직후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학교에 ‘직위해제를 취소하라’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아직까지 학교는 묵묵부답인 상태다. 학교 밖으로 쫓겨난 안 교사는 지역 시민단체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함께 학교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수업을 시작한지 2주만에 쫓겨나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하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안부를 물어오는 제자들에게 아픈 마음을 내색도 못한다”며 “지금은 단순히 수업에 다시 들어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정상화 시키도록 노력하겠다. 복직은 그 다음”이라고 했다.
학교의 정상적인 운영을 기대하며 내부고발에 나섰지만, 학교 재단의 탄압 속에 우울한 스승의 날을 보내는 이는 안 교사만이 아니다. 장정호(55) 충남 한마음고 교사도 학교 밖에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장 교사는 지난 2014년 1월 한마음고 행정실장인 재단 설립자의 독단적인 교장 임용을 반대하다가 결국 해임됐다.
장 교사는 지난 4일 법원에서 복직 판결을 받았지만 아직 학교 밖에 머물러 있다. 학교가 소청과 재단 이사장 결정이 남았기 때문이다. 장 교사는 “그동안 학교를 떠나 있었던 것은 괜찮은데 자신을 도왔던 학생들이 피해를 본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내부고발 직후 1학년 학생과 학부모들이 교육청에 탄원서를 내는 등 적극적인 구원활동을 나섰다. 그러나 당시 장 교사를 도왔던 1학년 학생 중 30%가 자퇴를 하거나 전학을 간 상황. 장 교사는 “지금도 그 학생들이 스승의 날이라고 안부 전화를 걸어온다”며 “아직 복직은 안됐지만 덕분에 당당히 학교로 돌아가게 됐다고 말하니 아이들도 복직하는 그날 학교로 와서 축하해주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두 교사 뿐만 아니라 사학재단의 비리를 폭로하고 힘든 길을 걸어가는 교사들이 많다. 장 교사는 “선생님들이 옳은 말을 하고 싶어도 재단 친인척 등이 교감, 교장을 하는 사학의 특성상 말하기가 쉽지 않다”며 “자신의 안위보다 아이들을 생각해 용기를 낸 많은 교사들이 아직도 학교 밖에서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데 많은 응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헤럴드경제=박세환ㆍ유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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