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山月夜詠梅(도산월야영매) 6首 - 退溪
步屧中庭月趁人 (보섭중정월진인) 뜰을 거니노라니 달이 사람을 좇아오네
梅邊行繞幾回巡 (매변행요기회순) 매화꽃 언저리를 몇 번이나 돌았던고?
夜深坐久渾忘起 (야심좌구혼망기) 밤 깊도록 오래 앉아 일어나기를 잊었더니
香滿衣巾影滿身 (향만의건영만신) 옷 가득 향기 스미고 달그림자 몸에 닿네
獨倚山窓夜色寒 (독의산창야색한) 홀로 산창에 기대서니 밤기운이 차가운데
梅梢月上正團團 (매초월상정단단) 매화나무 가지 끝에 둥근 달이 떠오르네
不須更喚微風至 (불수갱환미풍지) 구태여 부르지 않아도 산들바람도 이니
自有淸香滿院間 (자유청향만원간) 맑은 향기 저절로 뜨락에 가득 차네
往歲行歸喜裛響 (왕세행귀희읍향) 몇 해 전엔 돌아와 향기 맡아 기뻐했고
去年病起又尋芳 (거년병기우심방) 지난해엔 병석을 털고 다시 꽃 찾았다네
如今忍把西湖勝 (여금인파서호승) 어찌 이제 와서 차마 서호의 절경을
博取東華軟土忙 (박취동화연토망) 우리 비옥한 땅 바쁜 일과 바꿀 손가?
山夜寥寥萬境空 (산야요요만경공) 산 속 밤은 적막하여 온 세상이 빈 듯
白梅凉月伴仙翁 (백매량월반선옹) 흰 매화 밝은 달이 늙은 신선 벗해 주네
箇中唯有前灘響 (개중유유전탄향) 그 가운데 오직 앞 내 흐르는 소리 들리니
揚似爲商抑似宮 (양사위상억사궁) 높을 때는 商음이고 낮을 땐 宮음일세.
晩發梅兄更識眞 (만발매형갱식진) 늦게 핀 매화가 다시 참됨을 알아
故應知我怯寒辰 (고응지아겁한신) 이 몸이 추위를 겁내는지를 아는구나
可憐此夜宜蘇病 (가련차야의소병) 가련한 이 밤에 병이 도지지 않는다면
能作終宵對月人 (능작종소대월인) 밤이 다가도록 저 달과 마주 하련만.
黃卷中間對聖賢 (황권중간대성현) 옛 책을 펴서 읽어 성현을 마주하고
虛明一室坐超然 (허명일실좌초연) 밝고 빈 방안에 초연히 앉아
梅窓又見春消息 (매창우견춘소식) 매화 핀 창가에 봄소식 보게 되니
莫向瑤琴嘆絶絃 (막향요금탄절현) 거문고 줄 끊어졌다 탄식하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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