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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쓰린 속을 달래주는, ‘해장국 맛집’

파라클레토스 2014. 10. 21. 15:46

ⓒ 위더스필름 

 

【이영승 기업인, 오너쉐프】술 마신 다음 날 타는 갈증과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간절히 생각나는 해장국.

음주 후 숙취에 시달릴 때 해장국이란 단어만 떠올려도 충분한 위안거리가 된다. 이러한 해장국은 본래 '술로 쓰린 창자를 푼다'라는 뜻으로서 '해정'(解酊)이라는 의미였는데, '해정국'이 '해장국'으로 와전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다.

해장국은 언제부터 유래되었을까. 오랜 역사를 지닌 것 같지만 실로 그다지 오래된 음식이 아니다. 처음 시작된 해장국은 지금의 해장국과는 차이가 있다. 지금 우리가 즐겨 먹는 해장국은 1883년경 인천항이 개항하면서 시작되었다.

인천항이 개항하면서 항구건설과 화물출입으로 많은 일본인과 서양인들이 들어왔고 이때 이들은 쇠고기의 안심, 등심 등 주요 부분을 많이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히 쇠고기의 내장, 잡고기, 뼈가 많이 남게 되었고, 인근 식당에서는 이것을 이용하여 국을 끓이게 되었다.

이 국은 끓이기도 편하고 먹기도 간편해서 많은 힘을 필요로 하는 노동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 이들이 술 마신 다음 날 속풀이로 먹던 것이 유래가 되어 지금의 해장국으로 전해 내려온 것이라고 하고 후일 쇠고기가 나돌면서 각지로 퍼져 나갔다.

그래서 우리가 현재 먹는 해장국 중에서 소의 내장, 특히 선지를 고아 끓인 선지해장국과 돼지 등뼈를 고아 끓인 뼈다귀해장국 등이 대표적인 해장국의 원조라 할 수 있겠다.

또 아스파라긴산이 함유되어 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는 콩나물 해장국, 말린 명태로 시원하게 끓인 북엇국, 알코올 분해효소가 가득한 바지락, 재첩 등 조개류로 끓인 국과 복과 대구 등 숙취 해소에 좋은 생선 해장국 등도 즐겨 먹는 해장국 종류다.

지역마다 그 해장 방식이 다양한데 전주와 군산 등지에선 콩나물 해장국이, 강원도 영동지방에선 황태해장국, 소고기 유통이 많이 되는 대구 경북지역에선 따로국밥, 섬진강을 낀 하동지방의 재첩국, 남한강의 맑은 물에서 서식하는 다슬기로 끓인 해장국은 충북 지역이 유명하다.

서울은 예로부터 청진동이 해장국 골목으로 유명했으며 경기도 양평과 충북 청주도 선지와 내장을 푸짐하게 넣어 끓인 해장국 골목이 유명하다.
 

 

부부청대문 – 오후 두 시간만 영업하는 이상한 해장국집(서울 중구 광희동) 

 

부부청대문 해장국 ⓒThe Great one

  

영업시간이 오후 2시부터 한두 시간 하고 끝난다. 무려 만7천 원이나 호가하는 해장국은 먹어보면 그 가격의 이유를 알 수 있다. 테이블 대여섯 개의 작은 공간이지만 늘 찾는 손님들로 자리는 꽉 차 있다. 손님들은 오래전부터 이 집을 찾은 단골들이 대부분.

기다림 끝에 자리에 앉으면 파채 한 접시가 나오고 거기에 고춧가루를 뿌려 비벼 놓는다. 이윽고 해장국이 한 사발 앞에 놓여지는데 그 내용물의 양이 그득하다. 한우 양지와 차돌박이가 가득 들어간 뚝배기 안에 먹기 좋게 자른 시래기도 양이 꽤 된다.

이 집 국물 맛은 십여 차례 반복하는 토렴에 있다. 밥을 말아 넣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토렴을 많이 하는 이유는 바로 국물의 일정한 농도를 맞추기 위한 것. 엄청난 양의 고기를 다 건져 먹고 나서도 밥을 안 말아 먹을 수가 없다.

워낙 진한 국물이다 보니 밥 한술 말아 먹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것. 오후 서너 시가 되면 국통 가득 끓여 놓은 국물이 동나고 이때 찾아온 사람들은 아쉽지만 발길을 돌려야만 한다.

주인 아주머니가 건강이 좋지 않으시고 주변 재개발이 시작되어 언제까지 영업할지 장담을 할 수도 없다. 궁금하다면 점심을 굶고 한번 찾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듯. 

 

어머니대성집 – 영업시간이 독특한 해장국집(서울 동대문구 용신동)

 

어머니대성집 해장국 ⓒ酒食九殺

 

이 집 해장국은 청진동식 얼큰한 해장국과는 달리 마일드하면서 시원한 맛의 해장국이다. 푸짐하게 건더기를 넣어 끓인 국물에 밥을 토렴해서 맛이 진득하면서도 담백한 야누스적인 맛을 지녔다.

해장국을 서울식으로 끓인 맛이라면 이 집의 또 다른 인기 메뉴인 육회나 등골, 간처녑 같은 메뉴는 대구식 생고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 집 영업시간이 독특한데 저녁 10시에 오픈하여 다음날 오후 3시에 문을 닫는다. 결국 해장국집답게 술자리의 마무리와 다음날 해장을 책임진다는 의미인데 말 그대로 저녁 술자리에 담백한 생고기로 한잔하기도 좋고 다음날 시원한 해장국으로 숙취를 해소하는, 즉 하루에 두 탕을 뛰어도 무방한 집이란 얘기가 나올만하다.

골목 안에 위치하여 찾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주차장도 구비하여 놓고 있어 의외로 이용하기가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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