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글 ◈/♣시인♡작가♣

풍경이 있는 시

파라클레토스 2014. 12. 16. 13:20

 

초대작품

 

 

봄을 기다리는 마음

               나팔수/권오길(대구)

 

파란 봄의 눈동자가

쳐다본다 풀 섶을

피어오르는 꽃을

꺽어서 꽃다발을

 

꺽고 나서 생각하니

죄을 지은 마음에

나의 마음을

작은 새들이 노래를

 

작은 새들은 나의마음

그대로 노래를 한다

깊숙히 간직한 비밀을

온 숲이 다 알고 있다

 

허수아비의 꿈

           들 샘

 

내 마음 들녘에

황금 나락의 꿈은 모두 거두어지고

허술한 옷가지를 걸친

허수아비만 사랑 터에 홀로 남아

퀭한 모습으로

차가운 가을비에 젖는다.

바람인 듯

외면하는 시선(視線)이

마냥 추운 날

옛 추억보다 더, 빛 고운

초록의 꿈을 위하여

나는 허기진 새들의 쉼터가 되리라

 

사랑

    윤나희

 

보이지 않는 너는

언어도 형체도 없다

봄에는

짙은 향기로

여름엔

타는 정열

가을엔

붉은 단풍

겨울엔

따순 구들장

가슴으로 영혼으로

넋의 불꽃으로

화산의 용암되어

심장에서 불탄다.

 

 

유달산

     靑思/김성학

 

유달산 오름길에 삼학도 바라 보니

옛정취 가물가물 흔적 또한 희미한데

목포의 슬픈 노래로 나그네를 달랜다

 

유선각 오르자니 돌계단 힘에 겹고

세월의 무상함을 한 몸으로 간직한 채

나그네 서러움에 닳고 달은 돌계단

 

비릿한 갯내음에 소줏잔 부딪히며

홍어회 세발낙지 그 시절을 회상하니

가슴에 파도치듯 다가오는 목포여

2014.11.20

 

 

아! 어머니

          숙영

 

텃밭으로 달려가시는 뒷꿈치에 설렘이 툭툭 튕겨나가고

꼿꼿이 허리 세운 여린 배추에

노모의 주름살도 기지개를 폈지요.

잊기 위해 호미질로 바꾼 통증

하루의 시작과 끝에

마약으로도 통제 불능 고통-은 깊어지지만

그럴수록 자식들에게 더 주고 싶은 간절한 욕심 앞에

텃밭의 푸른 꿈들도 유읍하며 가뭄을 이겨내고

단단히 여물어갔지요.

꽉꽉 채워가는 배추 속만큼이나

노모의 흉흉한 기쁨 배가 되어 단맛이 쏙쏙 배여 들고

세 달 내리 무럭무럭 잘 자라준 배추 밑 둥

흙에서 파 올릴 때마다

"세상사, 모든 게 흙 속에 묻히는 거름이 되리라"

저릿저릿 아려오는 그 말씀에

모로 뉜 노을빛이 참으로 시렸습니다

어느새 바람의 수다도 잦아들고

바쁜 시월 볕 쫓느라 부산한 손놀림

한 번의 칼질로 반 쪽이 갈리는 배추마저 부러우신지

"어이하여 이 눔의 통증은 날이 무딘 칼로 살을 싹싹 썰어내는 거 같은지"

소금 없이 눈물로도 배추 간이 절-여-지-더-이-다.

덕지덕지 암세포에 찌든 내장 쏟아서

말갛게 헹궈 내고 싶다던 바램

절인 배춧잎에 소원풀이 하시듯 맑은 물에 휘적휘적

쓸려 나가는 시래기 알몸이 매끈했습니다.

자식들의 건강을 빌고 행복해지길 바라고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데 버무린 양념 곱게 치대고 쳐대어

내년 이맘때까지 두둑이 배가 부르도록 가을김장을 했습니다.

냉장고에서 김치가 숙성해가는 동안

우리 가슴속에는 엄마랑 함께 하였던 시간 시간들이

수년, 수 십 년 돌고 돌아 그리움으로 발효되겠지요.

냉장고 안을 지키는 김치 통처럼

우리 마음속에 살아 숨 쉬는 엄마 집 한 채

북풍한설 비바람 몰아쳐도 아랫목 덥혀주시던 그 정성

그 모정으로 내리내리 사랑의 시작이 되고

길이 되고 빛이 되겠지요.

 

 

가을비

    금헌/김석환

 

가슴 시리도록 내리는 가을밤의 빗줄기는

붉게 타오르는 잎 새의 아픔입니다

 

가을의 끝자락에 매달려 붉은 입술 내밀며

가늘게 손짓하는 마지막 잎새는 그리움입니다

 

사랑을 구속하듯 하늘을 맴도는 바람소리는

기다림의 아픈 소리를 흉내 내며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음은 사랑입니다

 

거미줄에 맺힌 빗방울

바람에 흔들려도 꼭 잡고 있는 것은

흩어지지 않은 사랑의 향기랍니다

 

네가 있음에 이 가을을 음미하고

네가 있음에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해지는 여유로움이

 

석양의 쉼터에서 수줍게 피어나는 그리움처럼

가을비 내리는 밤안개가 하얗게 내 가슴에 밀려든다.

 

어떤 사람

       김귀녀

 

모름지기 사랑은

이렇게 해야 한다

글라디올러스

 

열리지 않은 망울들

마지막 불씨 털어낸다

 

가슴을 활짝 열자

벌어진 꽃잎

 

아직은 사랑

부리부리한 눈길을 따라

하늘을 차고 오른다

 

사랑에 빠져

오늘 죽는다 해도

너의 목줄을 놓치지 않으리

 

선홍빛 눈물

뚝 뚝 흘릴지라도

글라디올러스

 

내 마음 정화하는 날

         소나무김/김영현

 

사계절이 주는 자연의 혜택에서

우리에게 공정하게 주어지는 날

저문 해를 바라보며 반성함에는

 

맑은 눈에 넓고 밝게 보는 세상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

온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속에는

 

촛불 밝혀 불태웠던 세월 길은

때론 무의미 속에 보냈던 시간

아쉬움 속에 후회로 남는 기억

 

소망 가슴엔 채워지지 않았지만

눈이 내린 날 뜻이 깊은 마음은

화해와 용서에서 감사를 느낀다.

 

인생 여정

      문천/박태수

 

고요한 물이

흔들리면 출렁이듯이

서로 다른 개성이 모여 부딪치면

출렁이며 솟는다.

부서지며 치솟는

생존의 물보라

만萬유有는

부대끼며 흐르는 물이랑이고

인생은 그 흐름 속에 피어나는 거품

아 애석타

인생은 짧게 피었다 지는 거품인데

그 여餘정情은

길고도 험난하구나!

 

흐린 기억

     그리움뜨락

 

어질러진 내 머릿속,

손에 쥐고도 동네방네

준 것은 또 주고

받을 것은 잊어버리고

돌아서면 망각의 바다

잠자는 사이

누가 몰래 어질르고 갔나

내가 잠결에 일어나

자리끼물 쏟았나

짧은 문장 하나

둘 곳 없는

오 일 장터 같은 머릿속.

세월이 훔쳐갔나

오던 길에 두고 왔나

친구가 빌려갔나

행주를 짜듯

쥐어짜도

간단한 기억 하나

찾을 수 없고

이래선 안 된다고

수족(手足)이 하소연

오장육부가 아우성이네

봄이오면 풍경에 가서

청계님 서랍안에 있나 봐야지.

잃어 버린 내 기억.

 

행복은

    온누리 선

 

행복은

웃음 뒤에서도,

슬픔 뒤에서도

눈물 뒤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웃고 싶을 때 실컷 웃으세요.

금방 웃음이 사라질지 모르니까

슬픔이 오거들랑 마음껏 슬퍼하세요.

금방 그 슬픔은 어제에 묻힐테니까요.

눈물이 나오려거든 옆을 보지 말고

소리 내어 울어버리세요.

눈물 뒤에 웃음이 따라올 테니까요.

화가 나거든 화를 참으세요.

화는 자신을 망가뜨리고, 상대를 멀어지게 하니까

말을 하고 싶거든 노래를 부르세요.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 노랫 속에 묻어나올 테니까요.

손을 잡고 싶거든 주저하지 말고 손을 잡으세요.

당신에게 용기와 힘을 줄 테니까요.

바라보고 싶거든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세요.

당신의 품은 마음이 눈을 통해 전해질 테니까요.

그리고 잊지 마세요. 당신이 선택한 행복은

다른 이의 슬픔과 눈물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당신을 안은 그 사람은 분명 좋은 사람일 것입니다.

당신도 좋은 사람이니까....

사랑이 미움되지 않도록 믿음의 끈을

쇠사슬로 만들어 두세요.

그리고 오늘 당신을 불태우세요.

그 사람을 위해서, 아니 당신을 위해서

 

가야만 하기에

         안 익 수

 

그 누가 부르더냐

야속한 세월아 !

가려거든 혼자나 가지.

이 좋은 세상 오래도록

머물고 싶다마는

의지대로 할 수 없는

발목 잡힌 길이기에.

비바람 불어오고

눈보라가 몰아쳐도

멈출 수 없는 그 길이기에.

어차피 가야만 할 운명의 길이기에.

세월에 포로 되어

오늘도 노예처럼 끌려간단다.

가야만 하기에.

2014 . 12 . 11

 

회원작품

 

아침 해

    박재성

 

멀리 태양이 둥근 산을

깔고 앉아서는

건물들을 째려본다

 

산이 무게를 느끼고는

가벼이 밀어 올린다

오가는 발걸음이 바빠진다

 

허공이 힘들어 하는 아침해를

끌어 당겨 올린다

사무실에 커피향이 퍼진다

 

오늘도

비대한 몸으로 허우적대는

저 태양을 끌고 가야한다

 

내 마음의 피아노

- TV 프로를 보고

             홍후 / 홍선옥

 

시각장애인 남자 아이가

뛰어난 음악성을 가지고 태어났다

아버진 트럭 운전수

엄마는 가정주부인데

피아노 천재다

 

그의 아버진 아들위해

유명한 선생님들 찾아다녔고

전세계를 다니며 연주를 하려면

영어를 배워야 한다며

외국인 선생님들과 영어공부도 시킨다

 

끊임없이

교수님들의 음악을 듣고

수없이 레슨을 받은 결과

고등학교 입학 일등

 

이제 그에겐

유명한 음악대학 입학 위해

끝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것

 

TV 통해 그 학생을 보고나서

밤새 피아노를 치는

꿈을 꾸었다

나도 한때는

피아니스트가 꿈이였는데

이제 부터라도

다시 피아노를 배워볼까

그런 생각에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가시의 눈물

         허공/전인숙

 

여린잎 올릴때

난 네가 그리 독한줄 몰랐다

 

꽃 몽우리 살며시 피울때

가시를 품은줄 누가 알려나

 

화려함에 눈 멀어 내 너를

품을때 네 온몸이

 

나에게 눈물로 흐르는 것을ᆢ

 

텅 빈 마음 방에 똑똑똑

                  茶談/허병택

 

지하철에 택배 물건 던지 듯

몸을 부려 놓고

감은 듯 뜬 듯한 몸을 이끌어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

 

갈치젓갈항아리 속 세상에

나라는 존재도 섞여 있으면서

아직도 푹 곰삭지 못 하고

지푸라기 티끌을

고집하며 살아가고 있는 지​

 

부딪기고 싸우고

악착같이 뺐지 못하고

고요한 밤하늘의

이름 없는 새로

한 점 구름으로 흘러가려 하는지

 

저 놈이 어릴 때는

숙제 안 해 갖고 핵교 가고

꼴 안 베 갖고 빈 구럭만

빙빙 돌리며

집에 기어들어 오더니

이젠

쓰잘떼기 없는 생각을 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네

야야

어여 퍼뜩 눈뜨고

정신 차려 회사나 가거라이

 

 

우산 쓰고 내리는 비

                 白民/이학주

 

가랑비가 주룩주룩

우산 쓰고 내린다

 

저 자신도 구질구질

궂은비는 싫었던지

 

하늘에서 내려올 때

우산 쓰고 내린다

 

꽃밭 손님 벌 나비에

물바가지 끼얹으며

 

뽀송뽀송 마른 땅을

질퍽하게 적셔놓고

 

제 몸뚱인 젖을까 봐

우산 쓰고 내린다

 

칭찬

   나래/이의순

 

칭찬에 목이 말라

칭찬하는 사람 되었네

격려에 목이 말라

격려하는 사람 되었네

 

내가 아프면

너도 아픈 걸

찌르기 보담

말없이 안아주고

 

내 기준 말고

너 자체를 인정해주면

너도 살고 나도 살고

 

나도 모르게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 되었지

 

 

도루묵

     난다/신현자

 

가을이면 제맛이라는

알이꽉찬 도루묵

아들이 철되면 찾는 미각

부모의 마음이 이런건가

마른논에 물들어 가는것

자식입에 밥 들어가는것

무거웠던 수고도

힘들다는 푸념도

숯불위에서 지글지글

기름진 도루묵에

잠잠하던 행복이

화알짝 미소짓는다

 

아직도 갈 길이 남았다

                  龍海/김순옥

 

어야!

자넨 지금 어떤 사색에 젖어있는 건가

 

탈바꿈한 모습이 궁상스러워

나는 웃음이 나오려 하네

 

중년이라고 맘 쭈그리고

마냥 한숨으로 눈앞에

아른거리는 여유를 날리려는 여린 맘

 

인생이라는 길

여기가 끝이 아닐 터

아직도 가야 할 지평선은

별의별 변화로 나를 맞이할 걸세

이것저것 건들어 보시게

 

잴 수 없는 깊이

침묵의 문을 열고 훨훨 날아가

어제까지 그전의 삶을 다 소비한 양

포기의 늪으로 빠져들어 가면

그 깊이에 나의 존재를 잃어버리고 말걸

 

자! 그만 활짝 마음의 문을 열고

지나가는 사람과 부디 쳐

그 사람에게서 어떤 향기가 나는지

세상 모든 향기에 취해 보시게나

 

배추에 담긴 손맛

             유비학/유한근

 

노란 속살을 드러낸

잘 절여진 배추

양념 간이 배도록 뒤섞으며

버무리는 아들

배추 켜켜이 골고루

양념을 칠하는 며느리

버무려진 배추도

아들 며느리 손도

붉게 물들인 석양의

노을빛을 보는 것 같네

 

간맛이 잘 배었다며

흐뭇해 하시는 할머니

호기심에 쌈싸 먹더니

맵다며 후후거리는 손주

배추 포기마다 담긴 손맛

맛깔스러움을 더해 주려나

때마침 밖에는 함박눈이 내리네

 

담양에서

      풍죽/남영성

 

오늘은 모처럼 만에 쉬는날

 

어디를 가볼까

담양을 가보자

 

처음 찿아 본 죽녹원

 

대나무 들의 군락

가려진 하늘

 

탄성 대신에 찿아온

가라 앉은 생각 생각들

 

입가에 그려지는 미소

좋다.

 

내일은

     동산/민진홍

 

흘러가는 뭉게구름에

소포를 부치면

그 사람 그리움 실어 보내줄까

불어오는 바람에

우표를 붙이면

그 사람 가슴을 두드려줄까

 

오늘은

빨간 단풍잎보다

설레는 내 가슴이 더 붉다

 

내일이 오늘로 다가올 때를 위해

작은 그리움 하나 품는다

 

치매

    이 영 심

 

두 노모

현수막에 적혀있는

천ㅇㅇ이라는

이름을 한참 처다 보시다가

 

자네 아들이 천ㅇㅇ 인가?

아녀 우리아들은 권 씨여

응, 그려?

 

자네 아들이 천ㅇㅇ 인가?

아녀 우리아들은 권 씨여

응, 그려?

 

자네 아들이 천ㅇㅇ 인가?

아녀 우리아들은 권 씨여

응, 그려?

 

물어도 또 물어도

같은 목소리 같은 대답

방금 한 말 기억에 없다

 

도둑눈

    茶淵/황숙

 

잠든 사이

소리소문없이

천지에 도둑이 들었다

 

가난에 찌든 걸 알았나

훔쳐간 것은 없고

왔다 간 흔적만

 

마음 엿보기

       향기/이순득

 

낮설은 그들과 여행가던 날

 

그대 마음을 훔쳐보려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첫사랑에게 다가가듯 이 떨림은

나를 보이고 그대를 알고 싶어

멀리 또는 가까이서

슬금슬금 다가갑니다

 

바람난 억새가 춤추고 있을 때

같이 춤도 추고

은빛 보석을 깔아 놓은 호수는

놀다가라 손 내밀면

돌 수제비 하나 던져주고

히죽 웃고 지나 갑니다

 

차가운 바람이 이간질해도

흔들리지 않고 더 바싹 붙어

겨울을 열고 다니니

코등이 벌릉되고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우린 헤어질 때

눈빛만 보고도

즐거운 여행이었어라고

말하는 걸 느꼈어요

 

텃밭

    주연/정희정

 

비가 내리는 텃밭에는

토닥토닥 제 한 몸 가려줄 그늘이 없으니

온몸으로 꼿꼿이 그 비를 다 받아낸다.

저마다 어딘가에 한기 같은 물줄기만 흐를 뿐

 

세상의 어떤 가림으로

종일 오는 비를 막아 줄 건가?

짙은 안개가 가려주는 침묵으로

슬픈 표정 감추는 주름진 생의 이야기

 

내 어머니의 어머니가 그러했듯이

부석부석하게 부은 희망을 이끌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파란 허기를 먹여 살린

밭고랑에 걸터앉아 삶의 푸념 심어놓고

 

온종일 밭에서 땀으로 범벅된 세월

그렇게 세상사 간 맞추느라

귀한 보석보다 더한 가치로

이마에서 타박타박 떨어지는 사랑 수

 

무화과

    예운/이효숙

 

꽃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프게 헤집지 마세요

꼭꼭 숨어 핀 수줍은 숨결

희망을 품은 사람만이

그 포근한 진실을 압니다.

 

속살로 뜨겁게 눈 뜨는 사랑

자꾸 확인하려 하지 마세요.

고백하지 않아도

안으로만 묻어둔 말이 오히려

화려한 전율입니다.

 

영원히 감출 수 없는

애끓는 본능

붉디붉은 눈물입니다.

 

 

 

행복의 비결

         임문수

 

무엇을 하면,

어떻게 살면,

누구의 사랑을 받으면,

얼마나 가지면 행복할까?

친구가 몇이면,

자기 이름이 얼마나 알려지면,

얼마나 많이 알면,

얼마나 예쁘면 행복할까?

시련 고생 모르고 살면,

늙지 않고 오래 살면,

만사형통 뜻대로 되면,

신에게 의지하면 행복할까?

하늘의 별이라도 따오면,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면,

남에게 맘껏 베풀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까?

아서라, 다 부질없도다.

만족은 천리밖이요, 욕심변덕은 창문밖이라.

차라리 먼저

자신의 그릇을 깨달아 알고

그 그릇대로 쓰임받고 채워지면

그것이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용도이며,

그것이 자연의 일부인 인간계의 순리임을 아는 것,

그것이 행복임을 아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의 비결이라네.

 

나무

   노을동산/ 여요섭

 

나무는

월세 한 푼 내지 않고 둥지 튼 새들에게나

불법증축을 일삼는 거미들에게나

여름 내내 고성방가로 잡음 일으키는 매미들을

야속하다

길바닥으로 내몰지 않는다

알몸으로 혹독한 겨울을 살아봤기에

내 집 없이 사는 그들의 설움을 잘 알기에

 

자석

    안종산

 

내집에는

자석들이 살고 있다

그 자력들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엄청나게 강해져서

벗어나려 술에 취해

아무리 발버둥을 쳐 보아도

눈을 뜨면 내몸에는

어김없이

그 자석들이 붙어 있다

 

  우다연

 

멀지않은길

그러나 먼길

마음으론 가까운

문학회 가는 길

 

해당화

   금당/조효증

 

가시 많은

너에게 손길 한번

주지 못해

내 마음이 아쉽구나

찬 서리 내리니

해당화 모습이

벌써 겨울이구나

 

시인은...

      킴제이

 

나도

당신도

우리도

시 입니다

시시 때때로

우리는 시 입니다

시의 주제인 것이죠

아름다운...

 

깊어 가는 가을에

                김갑용

 

노오랗게 물든 은행잎

붉게물든 단풍잎

세싱의 색깔을 모두

마음에 담은

내가슴의 만가지 색들

오곡백화 익어가고

하늘은 높고

대지는 점점 충만해지면서

텅 비어 가는구나

겨울이 오기전에

가을의 깊은

정을 가슴에 담자

 

클레멘타인 산조[散調]

                  -달골짜기

 

그 바닷가 마을에도

날은 저물고

하늘의 안부인사만 차곡차곡 쌓인다.

세상에서 멀리 떨어진

이 오막살이에서

인생은 오랫동안 적막해지고 말았다.

그 깊은 어둠 속에서

함박눈 내리고

길이란 길은 모두 지워져 버렸다.

딸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고

세월만 멀리까지 흘러가 버려

이제는 기침소리마저 낡아져 버렸다.

늙은 아버지는, 언제인가는 돌아올.....

싸리비를 들고 내려가

세상으로 이어지는 길을 쓸고 쓸었다.

 

그대 알까요

      그리움의 뜨락

 

그대.

내맘을 알까요.

허공을 맴돌다 맴돌다

어느 가시밭에 떨어져 뒹구는

그리움 같은.

그대.

내맘을 알까요.

비오는날 낙숫물 소리에 울다 울다가

처마 아래서 곤히 잠든

내 모습을.

그대 알까요

검푸른 밤바다 항로 잃은 조각배

외로운 심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