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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골목을 지나도

파라클레토스 2016. 3. 30. 06:33


매일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골목을 지나도

매일 같은 길은 아니었습니다.


어느날은 햇빛이 가득 차 눈이 부시고

어느날엔 비가 내려 흐려도 투명하거나

어느날엔 바람에 눈이 내려

바람속을 걷는것인지 길을 걷는것인지

모를것 같던 날들도 있었습니다.


골목 어귀 한그루 나무조차

어느날은 꽃을 피우고

어느날은 잎을 틔우고

무성한 나무잎에

바람을 달고 빗물을 담고


그렇게 계절이 지나고

빛이 바래고 낙엽이 되고

자꾸 비워 가는 빈가지가 되고

늘 같은 모습의 나무도 아니었습니다.


문밖의 세상도 그랬습니다.

매일 아침 집을 나서고

저녁이면 돌아오는 하루를 살아도

늘 어제 같은 오늘이 아니고

또 오늘 같은 내일은 아니었습니다.


슬프고 힘든날 뒤에는

비온뒤 개인 하늘처럼 웃을날이 있었고

행복하다 느끼는 순간뒤에도

조금씩 비켜 갈수 없는 아픔도 있었습니다.

느려지면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생기고

주저앉고 싶어지면 일어서야 하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매일 같은 날을 살아도

매일 같은 길을 지나도

하루 하루 삶의 이유가 다른것처럼

언제나 같은 하루가 아니고

계절마다 햇빛의 크기가 다른것처럼

언제나 같은 길은 아니었습니다.


돌아보니 나는 그리 위험한 지류를

밟고 살아오진 않은 모양입니다.

남들보다 빠르게 꿈에 다다르는 길은

알지 못하고 살았지만

내 삶을 겉돌만큼 먼길을 돌아오지는

않았으니 말입니다.


아직도 가끔씩

다른 문밖의 세상들이 유혹을 합니다.

아직도 더 쉬운 길도 있다고

조금 더 즐기며

갈수 있는 길도 있다고

조금 더 다른 세상도 있다고



이젠 내가 가지지 못한 많은것들과

내가 가지 않은 길들에 대해서

욕심처럼

꿈꾸지 않기로 합니다.


이젠 더 가져야 할것보다

지키고 잃지 말아야 하는것들이

더 많습니다.

어느새 내 나이,

한가지를 더 가지려다 보면

한가지를 손에서

놓아야하는 그런 나이가 되었으니까요.

 


내가 행복이라 여기는

세상의 모든것들 이제 더 오래 더 많이

지키고 잃지 않는 일이 남았습니다.


세상으로 발을 내디디는 하루하루

아직도 어딘가

엉뚱한 길로 이끄는 지류가

위험처럼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삶도

남아있어서

아직도 세상속으로

문을 나서는 일이

위험한 일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