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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시대 완전한 형태의 대형 목곽고·깃대꽂이 등 첫 발굴

파라클레토스 2014. 9. 25. 01:22

 

 

 

공주 공산성 지하에서 백제가 깨어나다.

 

【공주=뉴시스】이진영 기자 = 충남 공주시 산성동에 있는 공산성에서 완전한 형태를 갖춘 백제시대 대형 목곽고(木槨庫)가 나와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목곽분은 7세기 무렵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안에는 복숭아씨, 박씨와 같은 식생활 재료를 비롯해 저울용 석제 추, 나무망치 등 생활용품이 들어 있어 일종의 '타임캡슐'로 평가된다.

또 저수시설에서는 완전한 형태의 철제 갑옷과 옻칠이 된 말 갑옷인 마갑(馬甲), 말 얼굴 부분을 감싸는 철제 마면주(馬面胄), 말방울인 마탁(馬鐸), 쇠칼, 화살촉 등이 함께 발견됐다.

 

23일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충청남도, 공주시, 공주대학교박물관과 함께 공주 공산성에 대한 2014년 제7차 발굴조사에서 백제 시대 완전한 형태를 갖춘 대형 목곽고(木槨庫)를 최초로 발굴했으며 백제 멸망기 나·당연합군과의 전쟁 상황을 추론할 수 있는 다량의 유물도 발굴했다고 밝혔다.

목곽고(木槨庫)는 목재로 만든 저장시설을 말한다.

 

공산성 백제 왕궁 부속시설 발굴조사는 지난 2008년부터 연차적으로 진행되었으며 2014년에는 부속시설 영역 중앙부에 해당하는 곳을 조사했다.

그 결과 건물지군과 도로, 배수로, 저수시설, 축대 등이 기능과 위계에 따라 구획돼 있어 백제 시대의 생활공간 활용과 건물 배치 기술까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백제를 담은 타임캡슐, 대형 목곽고 최초로 발굴

 

이번에 발굴 조사한 유구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건물지군 북단의 대형 목곽고로 크기는 가로 3.2m, 세로 3.5m, 깊이 2.6m이며 너비 20~30㎝ 내외의 판재를 기둥에 맞춰 정교하게 조성했고 바닥면에서 벽체 상부까지 부식되지 않고 조성 당시 모습 그대로의 원형이 남아 있다.

 

특히 기둥 상부의 긴촉이 테두리보 상부까지 솟아나 있고 내부에서 기와 조각이 다수 출토된 점 등으로 보아 상부에 별도의 지붕 구조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테두리보는 구조 부재를 이루는 보의 일종으로 벽의 일부가 되는 것은 가리킨다.

그동안 백제 유적에서 목곽고는 대전 월평동 산성, 부여 사비도성 내에서도 발굴됐다.

하지만 심하게 훼손돼 있었으며 하단의 바닥과 50㎝ 내외 높이의 벽면만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산성 목곽고는 상부 구조까지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목조 건축물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으며 당시 목재 가공 기술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백제 시대 건물 복원과 연구 등에 획기적인 자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내부에서는 복숭아씨와 박씨가 다량 출토됐으며 이와 함께 무게를 재는 석제 추와 생활용품인 칠기, 목제 망치 등의 공구도 수습됐다.

석제 추는 원형으로 중앙에 고리가 있으며 무게는 36g이다.

칠기는 목재를 가공해 만든 것으로 표면에 옻칠이 정교하게 칠해져 있다.

또 나무망치를 비롯하여 목제 공이와 손잡이, 목제 가공품 등이 수습됐고 특히 원통형의 망치는 너비가 19㎝이고 손잡이 길이는 15.5㎝로 간단하게 휴대할 수 있는 것으로 목재를 결구할 때 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공이는 절구나 방아에 곡물을 넣고 다지거나 건축에서 흙담을 다질 때 사용하는 도구다.

나무망치는 가장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공구로, 현재도 이러 형태가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디자인 면에서도 매우 뛰어나다.

목곽고의 용도에 대해서는 연구가 진행 중이며 저장시설 또는 우물 두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우선 벽면에 오르내릴 수 있는 말목구멍이 있으며 외면에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점토 다짐을 한 점과 내부의 틈새를 점토로 메운 것으로 볼 때 저장시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저지대에 물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 입지하는 위치를 볼 때 우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말목은 나무를 깎아 그 끝을 뾰족하게 하여 구덩이 등에 박아 놓는 것을 말한다.

대형 목곽고는 백제의 목재 가공 기술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추와 목기, 씨앗류 등 백제의 생활문화상을 풍부하게 담고 있는 타임캡슐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백제 시대 건물 복원과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를 제공한 공주 공산성 발굴현장은 관계전문가 회의를 거쳐 보존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백제 멸망기 전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저수시설

건물지 북쪽의 저수시설에서는 완전한 형태의 철제 갑옷, 옻칠이 된 마갑(馬甲), 철제 마면주(馬面冑, 말의 얼굴 부분을 감싸는 도구), 마탁(馬鐸, 말갖춤에 매다는 방울)과 함께 대도(大刀), 장식도(裝飾刀), 다량의 화살촉, 철모(鐵牟), 각종 철판 외에 다양한 기종의 목제 칠기도 다수 수습됐다.

 

이는 저수지 주변 건물지 대부분이 대단위 화재로 폐기돼 있는 정황을 함께 고려하면 660년을 전후한 백제 멸망기에 나·당연합군과의 전쟁과 같은 상황이 공산성 내에서 전개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2011년 발굴 당시 저수시설에서는 ‘정관19년(貞觀十九年, 645년)’이 적힌 옻칠 갑옷과 말갑옷이 나와 주목을 받은바 있으며 올해 저수시설 발굴조사에서도 명문이 적힌 옻칠 갑옷이 출토됐다.

 

명문은‘叅軍事’ ‘○作陪戎副’ ‘○人二行左’ ‘近趙○’(‘참군사’ ‘○작배융부’ ‘○인이행좌’ ‘근조○’ 등 20여자를 확인했다.

 

명문에 대한 정확한 판독이 완료되면 저수시설에서 출토된 유물의 역사적 성격이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백제 깃대꽂이 최초로 발굴

저수시설에서 발견된 유물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백제 유적지에서는 최초로 발견된 말안장 뒤쪽에 세워 기를 꽂는 용도의 깃대꽂이다.

깃대꽂이는 철로 만들어졌으며, 약 60㎝의 크기로 S자 모양(巳行)으로 구부러져 있다.

 

삼국 시대 깃대꽂이는 가야는 합천의 옥전고분에서 실물이 발견되었으며 고구려는 쌍영총과 삼실총 벽화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백제 깃대꽂이는 서산 여미리 출토 토기 문양으로만 볼 수 있었다.

이번 공산성 발굴조사를 통해서 실물이 최초로 출토됨으로써 백제 기승(騎乘)문화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를 확보하게 됐다.

 

◇국민에게 직접 공개할 예정

이번 발굴은 공산성이 백제 왕궁지로서 진정성과 가치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발굴성과로 백제역사유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발굴단은 제60회 백제문화제가 진행되는 오는 26일부터 10월 5일까지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발굴조사 현장을 방문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