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항]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첫째로 표준어를 맞춤법 규정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맞춤법은 글말을 적는 원칙을 규정한 것이므로, 특정한 시대, 특정한 장소, 특정한 계층의 입말을 맞춤법의 대상으로 지정해야 한다. 즉 입말의 특정한 공시태를 정하여 글말의 표준으로 삼는다는 것인데, 그 대상이 되는 입말을 표준어로 정한다는 것이다. 표준어는 <표준어 규정> 제1항에서 따로 정하였는데 여기서는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둘째로 표준어로 인정하여 선택한 말은, 그 발음대로 충실히 적어야 한다. 즉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표음주의를 원칙으로 삼는다는 것인데, 이는 표음글자인 한글에는 너무나 당연한 규정이다. 이러한 표음주의 원칙을 굳이 설정한 것은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만들 당시에 있었던 표기법상의 혼란 때문이다. 즉 1930년대 당시에 현실 발음과 관계 없이 옛날부터 관습적으로 써 오던 역사적인 표기법을 포기하고 현실 발음에 합당한 표기법을 쓰자는 규정이다.
(1)ㄱ. 나븨, 긔챠, 텬디, 엇개, 읏듬, 사랑이
ㄴ. 아침, 하늘, 나비, 기차, 여자, 천지, 어깨, 으뜸, 사랑니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만들 당시에는 흔히 (1ㄱ)과 같이 표기했는데, 이러한 표기는 당대의 현실 발음을 표기한 것이 아니라 그 전대부터 적어 오던 관습대로의 표기이다. 따라서 이러한 역사적인 표기법을 버리고 (1ㄴ)과 같이 당대의 표준어의 현실 발음을 충실히 표기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자음을 적을 때에, 관습적으로 실제의 발음과 어그러지게 표기한 경우도 있었는데 이를 바로 잡아서 현실 발음을 그대로 적자는 것이다.
(2) ㄱ. 휴계실(休憩室), 닉명(匿名), 유류상종(類類相從)
ㄴ. 휴게실, 익명, 유유상종
즉 (2ㄱ)은 한자의 원 발음대로 적은 것인데, 현실 발음으로는 원래의 발음대로 나지 않고 (2ㄴ)과 같이 발음된다. 따라서 이러한 단어들은 그 이전 특정한 시기에서는 (2ㄱ)과 같이 발음되었을지 몰라도 현대의 현실 발음으로는 (2ㄴ)과 같이 소리 나므로 이를 바로 잡아서 (2ㄴ)과 같이 적어 주자는 것이다.
셋째 표준어이고 또 발음대로 기록한 철자라도, 문법에 맞지 않고 어그러져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다. 이는 표기법에 있어서 형태주의를 추구한 것인데, 한 단어가 그 음성적 환경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발음이 되더라도 그 형태를 고정하여 독서 능률을 높이자는 것이다. "잎(葉)"과 "먹다"를 예로 들어서 설명해 본다.
(3) ㄱ. 잎+으로 → [이프로]
ㄴ. 잎# → [입]
ㄷ. 잎+만 → [임만]
(4) ㄱ. 먹+다 → [먹따]
ㄴ. 먹+는다 → [멍는다]
(3ㄱ)에서 "잎"은 그 음성적 환경에 따라서 [잎, 입, 임] 등으로 실현된다. "먹다"의 어간도 그 뒤에 붙은 어미의 음성적인 환경에 따라서 [먹-, 멍-]으로 실현된다. 이렇게 변동이 일어나는 단어들을 발음되는 대로 각각 달리 표기하면 동일한 개념을 나타내는 하나의 단어(어간)가 "잎, 입, 임"이나 "먹-, 멍-"과 같이 각기 다르게 표기되어 독서의 능률을 크게 떨어뜨리게 된다. 따라서 (3)의 경우에는 명사 "잎"의 형태를 고정하여 "잎으로, 잎, 잎만"으로 표기하고, (4)의 경우에는 동사의 어간 "먹-"의 형태를 고정하여 "먹다, 먹는다"로 표기한다는 것이다.
어법에 맞도록 한다는 것은 음절 단위로 모아쓰기를 하는 것도 해당이 된다.
(5) ㄱ. 잎+이 → 이피, 잎+에서 → 이페서
ㄴ. 먹+었+다→머겄다, 먹+어 → 머거
(6) ㄱ. 잎+이 → 잎이, 잎+에서 →잎에서
ㄴ. 먹+었+다→먹었다, 먹+어 → 먹어
즉 (5)처럼 연철을 하는 것이 아니라, (6)처럼 음절 단위로 모아쓰기를 해서 체언-조사와 어간-어미의 형태를 고정하여 독서 능률을 높인다.
[제2항]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
제2항은 "띄어쓰기" 규정인데, 이는 의미적 단위의 경계를 표시하여 글자 사용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도모하기 위한 조항이다.
(7) ㄱ. 예수가마귀를쫓았다.
ㄴ.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만일 필자가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7)과 같이 이어서 적으면 들을이는 (7)을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7ㄱ)은 "예수가 마귀를 쫓았다", "예수 가마귀를 쫓았다"로 해석할 수 있으며, (7ㄴ)은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등으로 두 가지의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띄어쓰기를 하여 이러한 중의성을 해소할 수 있다.
이렇게 띄어쓰기를 할 때 어떠한 단위로 띄어 쓸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즉 문법적인 단위는 문장, 구, 단어(어절), 형태소 등을 들 수 있는데, 이 가운데 어떠한 단위를 띄어쓰기의 기본 단위로 잡느냐는 것이다.
(8) ㄱ. 아버지가방에서주무셨다.
ㄴ. 아버지가 방에서주무셨다.
ㄷ. 아버지가 방에서 주무셨다.
ㄹ. 아버지 가 방 에서 주무시 었 다.
(8ㄱ)은 문장 전체를 하나의 띄어쓰기 단위로 잡은 것이고, (ㄴ)은 구를, (ㄷ)은 단어(어절)를, (ㄹ)은 형태소를 기본 단위로 잡은 것이다. (ㄱ)과 같은 문장을 단위로 삼은 것은 띄어쓰기를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고, (ㄴ)과 같이 구를 단위로 한 것은 구가 길어지는 경우에는 띄어쓰기의 효과가 없다. (ㄷ)은 단어(어절)를 띄어쓰기의 단위로 한 것으로 단어는 우리말의 입말의 호흡 단위와 일치하여 자연스럽다. 그뿐만 아니라, 하나의 단어는 하나의 실질적인 의미를 가진 말(체언, 용언의 어간)과 문법적인 의미를 가진 말(조사, 용언의 어미)의 결합체로 문장 성분의 기본적인 단위가 된다. 따라서 단어는 띄어쓰기의 기본적인 단위로 가장 바람직한 단위가 된다. 마지막으로 (ㄹ)은 형태소를 띄어쓰기 단위로 삼은 것인데, 이렇게 하면 "-가", "-에서", "주무시-", "-었-", "-다" 등의 의존 형태소를 띄어쓰는 결과가 되어 버려서 오히려 독서 능률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생긴다. 따라서 (7ㄷ)과 같이 단어(어절)를 띄어쓰기의 단위로 삼은 것이다.
[제3항] 외래어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는다.
외래어는 외국어가 우리말에 들어와서 "국어화"한 것인데, 국어화라는 것은 외국어가 우리말의 음운, 문법, 의미적 체계에 동화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외래어의 표기법은 따로 "외래어 표기법"을 정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교부(현 교과부)에서는 이를 정리하여 1985년 12월 28일 <외래어 표기법>을 정하여 공포하였는데, 제3항은 외래어를 적는 경우에는 이 <외래어 표기법>에 따를 것을 규정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