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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이면 비용 빠진다?'..정책이 낳은 디젤차 '경제성'

파라클레토스 2016. 5. 19. 08:19

"4~5년이면 비용 빠진다?'..정책이 낳은 디젤차 '경제성'

[클린디젤의 배신⑦-디젤차 '경제성'의 비용]고가 승용차용 경유 세금 올리고, 생계형 지원 등 대책 마련해야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을 뿜어내는 디젤 승용차. '클린디젤'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그 영역을 넓혀 왔지만, 연비조작과 배출가스조작의혹이 잇따르면서 소비자의 배신감이 커지고 있다. 디젤차의 실상을 짚어보고 건강한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


[[클린디젤의 배신⑦-디젤차 '경제성'의 비용]고가 승용차용 경유 세금 올리고, 생계형 지원 등 대책 마련해야]

지난해 하반기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파문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꺾이지 않는 디젤 자동차의 인기는 고연비 등으로 부각된 경제적 이미지에 힘입은 결과다.

저유가 시대에도 값싼 유류비를 선호하는 경향에 디젤차 구입을 염두에 두는 소비자는 여전히 많다. 하지만 지난해 폭스바겐에 이어 최근 닛산 '캐시카이'발 배출가스 논란이 불거지며 '디젤차=경제적, 친환경'이라는 구호가 허구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디젤차가 구매자로서는 경제적이지만 사회 전체의 '비용'을 따지면 결코 경제적일수 없다는 지적이다.


18일 국내 시판중인 수입 세단 1종과 국내 완성차 2종을 뽑아 가솔린차-디젤차 간 차량 가격과 유류비 등을 더해 비교한 결과 주행거리가 길수록 디젤차의 경제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 2만km를 달릴 때 5년이면 비싼 구입가격을 주유비로 벌충할수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디젤차량에 대한 배출가스 규제가 부족하고, 싼 유지비 등의 이점이 많은 국내 특성에 따른 결과라고 지적한다.


시급히 관련 규정을 재정비하고, 친환경차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면 디젤차의 메리트는 유지될 수 없다는 것.

디젤 차량은 가솔린 모델과 견줘 수백만원가량 차값이 비싸다.


폭스바겐 CC의 경우 디젤 모델인 2.0 TDI BMT의 가격은 4970만원으로, 가솔린 모델인 2.0 TSI(4590만원)보다 380만원 비쌌다.


디젤차량의 가격이 비싼 주된 이유는 연료 차이에 따른 엔진 특성에 있다. 디젤 엔진은 일반적으로 불꽃 점화방식을 쓰는 가솔린 엔진과 달리 압축 착화식으로 구성돼 구조적으로 덩치가 크고, 이에 따라 부품 등도 많고 커져 가격이 비싸다.
배출가스를 줄이는 재순환장치(EGR) 등도 필요하기 때문에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200만~300만원가량 비싼 편이다.


르노삼성 SM3(SE 트림 기준) 디젤 모델인 1.5dCi(1944만원)가 1.6 가솔린(1709만원)보다 235만원 비싼 점과 기아차 카니발 7인승 리무진 프레지던트 트림 2.2 디젤(3819만원)이 3.3 가솔린(3642만원)대비 177만원 가격이 나가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그럼에도 디젤 차량을 선택하는 이유는 저렴한 유류비와 고연비에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5월2주 현재 경유와 휘발유 가격은 각각 리터당 1137.79원, 1375.56원으로, 경유 주유비는 휘발유의 82.7% 수준이다. 디젤엔진이 가솔린의 경우보다 엔진 효율이 높은 것을 함께 고려하면 소비자가 느끼는 경제적 매력은 증폭된다.


폭스바겐 CC의 경우 2.0 TDI BMT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3.5km로, 2.0 TSI(10.5km/ℓ)보다 효율적이다. 연간 2만km를 주행한다고 감안할 때 디젤 모델의 주유비는 168만5615원으로, 가솔린의 경우(262만114원)보다 93만4499원 싸다.


CC의 모델별 차량 가격이 380만원 차이가 났음을 고려하면 4년을 조금 넘게 탈 경우 차값 차이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주행거리가 길수록 이러한 주유비 차이는 커진다. CC 디젤-가솔린 월 평균 주유비 차이는 1만km를 달릴 때는 3만8937원가 나지만 2만km의 경우 월 7만7875원가량으로 커진다.


SM3와 카니발의 경우는 연간 2만km를 달릴 때 디젤 모델의 연간 주유비가 가솔린대비 각각 54만8442원, 128만2835원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SM3는 디젤 모델의 비싼 차값이 4년 이상을 타면 극복되고, 카니발은 1년반 이상만 타도 경제적 이득이 더 커질 수 있다. 물론 디젤차량의 엔진 부분이 고장 날 경우 수리비는 가솔린보다 비싼 게 보통이다.


전문가들은 '디젤차량의 경제성'은, 역설적으로 필요한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디젤 엔진이 가솔린보다 20~30%가량 효율이 좋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국내 경유값이 휘발유보다 크게 싸기 때문에(약 83% 수준) 경제성이 부각된다는 것. 정부는 휘발유 가격의 63%가량을 세금으로 부과하는 반면 경유에는 56%가량 낮게 부과한다.


경유에 붙는 세금이 휘발유 수준으로 오른다면 현재 200원이 넘는 가격차이는 의미가 없을만큼 줄어들게 된다. 소비자들로서는 디젤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은 디젤차에 대한 규제가 결국 세금인상으로 이어져 서민들의 가계 부담만 늘리는 결과를 낳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트럭 등 상용차나 농수산업 등에 쓰이는 '생계형' 경유가 아닌 고가의 디젤 승용차에 부과하는 세금만 높이면 생계형 수요자들에게는 오히려 가격 인하 요인이 생길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점이다.


디젤차량의 경우 6~7년 타고 나면 배출가스 저감 기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큰데 현재는 규제가 없어 수리의 필요성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적다. 도로 위에 검은 매연을 뿜는 차들이 돌아다니는 이유다. 이러한 저감 기능이 원활히 작동되도록 규제 근거를 만든다면 디젤차 유지비는 상승해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은 싼 주유비에 엔진효율까지 좋다보니 비싼 차값을 수년만 운전하면 회복할 수 있는 편"이라며 "환경개선 부담금 부과도 유보된 상황에서 장점만 부각돼 왔지만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친환경차 구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한다면 디젤차 수요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박상빈 기자]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