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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신드롬' 현실이 되다

파라클레토스 2016. 5. 27. 22:01

'트럼프 신드롬' 현실이 되다

매직넘버 달성.. 공화 대선후보로



올해 미국 대선의 최대 이변으로 꼽히는 ‘트럼프 돌풍’이 마침내 현실이 됐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는 26일(현지시간) 대선 출마 선언 1년 만에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을 확보했다.


AP통신 등 미 언론의 집계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는 24일 워싱턴주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매직넘버(1237명)보다 1명 많은 1238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트럼프 후보는 7월 18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추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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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험이 전무한 부동산 재벌이 미국 유력 정당의 대선후보 자리를 거머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공화당 유권자가 공화당 주류정치를 심판한 셈이다. 공화당은 조지 W 부시 집권기에 터진 금융위기로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초래한 이후 강경 보수세력이 당권을 장악하면서 정쟁에 몰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화당, 주류 정치권에 대한 비판 여론은 ‘아웃사이더’ 트럼프를 띄웠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26일(현지시간) 노스다코타주 비스마르크에서 열린 유세장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지난 24일 워싱턴주 경선에서 승리한 트럼프는 과반 대의원을 확보하면서 대선후보 지명을 확정지었다.
비스마르크=AP연합뉴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 기치를 내걸고 경기침체로 생활이 어려워진 백인 노동자층의 분노에 영합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테드 크루즈,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같은 당내 유력 후보들은 트럼프 바람에 밀려 속속 낙마했다. 공화당 주류는 트럼프의 후보 지명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경주했으나 대거 투표장으로 쏟아져나온 공화당 유권자의 트럼프 지지 흐름을 막아낼 수 없었다. 이제 공화당 주류는 트럼프를 대선후보로 세우고 본선 승리를 위해 힘을 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트럼프는 공화당 유권자, 그중에서도 백인 남성의 압도적 지지 속에서 공화당 후보 자리에 올랐으나 본선은 또 다른 게임이다. 트럼프는 경선 과정에서 불법체류자와 히스패닉, 무슬림, 여성 등을 향해 막말을 쏟아내며 백인 유권자의 잠재적인 불만을 대변해 왔다. 경선 과정에서는 이런 네거티브 방식이 통했으나 본선에선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경선 기간 심화한 공화당 내분을 치유하고 단합된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아직도 트럼프 지지 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공격적이고 거친 선거운동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향해서도 네거티브 위주의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그는 민주당 경선 완주를 선언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 ‘맞대결 토론’을 제안하며 민주당 내분을 부추겼다. 트럼프 후보는 “버니는 (토론) 맞상대가 될 만한 사람”이라며 “여성의 보건문제나 자선을 목적으로 1000만달러(약 118억원) 또는 1500만달러의 기부금을 거둘 수 있다면 그와 토론하고 싶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 샌더스 구도는 클린턴으로서는 원치 않는 흐름이다.

캘리포니아주 공공정책연구소(PPIC)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46%)과 샌더스 의원(44%)은 박빙 경합 양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클린턴은 캘리포니아 경선에서 패배해도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을 확보하게 된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