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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연맹 "오은선 칸첸중가 등정 인정못해"

파라클레토스 2010. 8. 27. 20:15
산악연맹 "오은선 칸첸중가 등정 인정못해"
등정자 7인 회의 결론…오은선 "분명히 올랐다" 반박
기사입력 2010.08.27 07:49:54 | 최종수정 2010.08.27 15:33:01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논란이 된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 사진. 뒷 배경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사진 제공=블랙야크>

"등반 과정, 정상 사진 등 모두 신빙성이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오은선의 칸첸중가 정상 등정은 인정하기 어렵다."

오은선 대장(블랙야크)의 히말라야 8000m 고봉 14좌 완등을 놓고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산악연맹이 논란의 핵심인 칸첸중가 등정과 관련해 "인정하기 어렵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으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당장 관심은 `여성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이라는 오 대장의 기록이다. 칸첸중가 정상 정복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진실을 왜곡했다는 비난뿐만 아니라 여성 최초 완등 타이틀까지 에두르네 파사반(37ㆍ스페인)에게 넘겨줘야 한다.

◆ 산악연맹 이례적인 공식 입장

= 산악계에서 개인 등정자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힌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산악인의 정신과 자부심을 높이 사는 차원에서 정상 정복에 대한 일정한 증거(사진 등)만 있다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그만큼 이번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칸첸중가 등정이 사실이 아닐 경우 국내외에 걸쳐 큰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연맹 관계자는 "유명을 달리한 고미영 씨와 같은 등반대 소속 김재수 대장, 파사반이 작년 5월 이미 오씨의 칸첸중가 등정에 대해 이견을 제시했다"며 "이에 대해 오씨가 정상에 올랐다는 증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맹의 공식 입장은 이로 인해 오씨의 정상 등정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팽팽히 맞서는 진실 공방

= 등정을 둘러싼 논란은 이제 시작이다.

오씨가 칸첸중가를 등정하지 않았다는 정황만큼이나 올랐을 수 있다는 정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한산악연맹은 오씨의 등정 사진에 드러난 바위 등 특별한 지형이 정상 부근에서는 목격되지 않았다는 등정자들의 진술을 등정을 부정하는 근거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오씨 측은 "같은 날 같은 시기에 갔어도 정상 사진은 다를 수가 있다"며 "`이런 경우에는 괜찮다, 저런 경우에서는 아니다`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칸첸중가 등정 사진은 정상에서 5~10m를 내려와서 찍은 사진이라는 게 오 대장 측 설명이다. 악천후로 시야가 좋지 않을 때는 이런 방식의 인증 사진이 관례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물론 오 대장을 둘러싼 논란은 사진뿐만이 아니다.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통해 제기된 의혹은 △등정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 △정상 부근에서 산소통을 목격하지 못했다는 것 △수원대 산악회 깃발이 정상 아래 20~30m 지점에서 고정된 채 발견됐다는 것 등이다.

◆ 14좌 완등 기록 보류될지도

= 이례적인 연맹의 공식 입장 표명으로 국내 산악인들 사이의 갈등의 골도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회의에 참석한 한 산악인은 "회원들 사이에 알력이 없는 단체가 없듯 이번 사태에도 갈등이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며 "오씨 스스로 완벽하게 등정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의혹을 제기한 측이 당시 오 대장과 치열한 14좌 경쟁을 펼치던 산악인들이라는 점도 두고두고 논란거리다. 오 대장 측은 칸첸중가 등정자 회의를 진행한 참석자 6명의 구성을 문제삼고 있다. 회의 참석자 6명 가운데 4명이 연맹의 올해 이사로 등재돼 있는데 이 가운데 의혹을 제기한 이사 2명이 오 대장과 경쟁을 치렀던 업체 소속이라는 설명이다.

향후 정상 등정 증명에 대한 과거 관례에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본인의 주장과 일정 형식을 갖춘 증명 사진이 있으면 산악인의 명예를 생각해 등정을 인정하는 관례가 이번 일을 계기로 깨질 수밖에 없다는 게 산악계 안팎의 주장이다. 연맹 측은 "`여자이기 때문에, 업체의 세력 싸움 때문에, 산악단체 간 갈등 때문에` 같은 말들은 이번 사건의 본질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14좌 완등에 대한 해외 산악계의 인정 여부도 관심이다. 사실 관계를 둘러싼 국내외의 상반된 주장만 난무할 가능성 때문에 오 대장의 `14좌 완등` 기록은 `논란 중`으로 보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익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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