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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선 등정의혹 공방 ‘진흙탕싸움’ 양상으로…

파라클레토스 2010. 8. 27. 20:15

오은선 등정의혹 공방 ‘진흙탕싸움’ 양상으로…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산악인 오은선씨(44·사진)의 칸첸중가(해발 8586) 등정 의혹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오씨 측은 27일 대한산악연맹이 전날 오씨의 칸첸중가 등정을 부정한 데 대해, 반박 기자회견을 곧 열 것이라고 밝혔다.

오씨의 후원사인 블랙야크 관계자는 “대한산악연맹에 요청해놓은 자료를 받는 대로, 오은선 대장이 직접 본인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칸첸중가 등정이 허위로 판명될 경우 ‘세계 여성 최초의 히말라야 14좌 완등자’라는 타이틀을 내놓아야 할 처지다. 이 때문에 이르면 30일쯤 열릴 기자회견에서 연맹의 결정을 어떻게 반박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욱이 오씨가 연맹 회의에 참석한 히말라야 정상 등정자들의 등정사진 공개를 요구하고 있어, 자칫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씨 측은 본인의 등정을 부정한 연맹 회의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의혹을 제기한 직후인 지난 23일, 오씨를 포함한 14좌 완등 산악인들이 모두 모여 검토하겠다고 밝히고선 정작 소명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씨는 회의 직후 “연맹의 결정은 그들의 의견일 뿐”이라고 말했다. 오씨 측 한 인사도 “법원에서 재판할 때도 시간을 주는 법인데, 갑작스러운 결정에 (오씨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회의에는 칸첸중가에 등정했던 박영석(1999년 등정), 엄홍길(2000년), 김웅식(2001년), 한왕용(2002년), 김재수(2009년), 김창호(2010년)씨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정상에서 찍었다는 사진 속 지형은 칸첸중가 정상에서 찾아볼 수 없다. 등반 과정에 대한 설명도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오씨가 칸첸중가 정상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앞서 칸첸중가에 오씨와 함께 오른 셰르파 중 1명도 ‘정상에 오르지 않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네티즌들은 오씨의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블랙야크 게시판 등에는 “의혹에 대한 말바꾸기가 더 문제” “청문회가 필요하다” 등 비난 글이 줄을 이었으나 “오 대장님, 힘내세요” “재등정으로 의혹 불식 바람” 같은 응원 메시지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이번 사태와 관련, 산악계가 상업주의의 희생양이 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산악인과 후원업체, 언론사들이 합작해 고봉 등정을 ‘이벤트화’하다 보니 빚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대한산악연맹은 “그동안 제시된 자료보다 더 확실한 자료가 있다면 논의를 다시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오씨가 연맹의 공신력을 불신하고 있어, 그를 둘러싼 논란은 상당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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