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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1위 등극했지만..가트너 "이는 사상누각"

파라클레토스 2018. 1. 7. 18:42


인텔 '25년 아성' 무너뜨리고 지난해 반도체 매출 1위
가트너·D램익스체인지 등 "반도체 약세 시작" 비관론
미국 통상압박, 중국 기업 견제 등 '경고음' 커져


삼성전자가 지난해 인텔의 ‘25년 아성’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반도체 기업 ‘왕좌’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반도체 공급과잉 우려로 지난해 같은 한국 반도체의 ‘독주’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7일 시장조사 회사 가트너의 잠정 집계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52.6% 성장한 612억 달러(약 65조원)를 기록, 인텔(577억 달러)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14.6%, 인텔이 13.8%였다. SK하이닉스도 79% 증가한 매출 283억 달러(점유율 6.3%)로 미국 퀄컴을 누르고 처음으로 3위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1992년이후 줄곧 1위를 놓치지 않아 온 인텔을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영향이 크다. 가트너는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가 공급 부족에 시달리면서 가격이 64%나 올랐다고 분석했다. 덕분에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삼성전자의 매출은 전년보다 52.6%, SK하이닉스는 79%나 늘었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가 주력인 인텔 매출은 전년보다 6.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반도체 경기 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가트너부터 지난해 순위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앤드루 노드 가트너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1등은 말 그대로 사상누각(built on sand)”이라며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충하면서 낸드플래시는 올해, D램은 내년부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브로드컴이 퀄컴과 NXP 합병을 마무리하면 삼성전자는 내년 3위로 내려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장분석기관 D램익스체인지는 내년부터 낸드플래시 시장이 공급 과잉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도시바ㆍ웨스턴디지털ㆍ인텔ㆍYMT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 설비를 추가해 내년부터 3D 낸드플래시의 생산을 크게 늘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IHS마킷은 “평균 판매 가격의 하락으로 D램 시장 규모는 지난해에 못 미치는 16.9%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D램·낸드플래시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최근 2~3개월째 같은 가격을 유지하며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이런 수요공급 측면뿐 아니라 주요국의 통상 압박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미국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데이터저장장치) 반도체 업체인 비트마이크로는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등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SSD 2~6위 업체는 빼고 1위·7위인 한국 업체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한국을 노린 기획 소송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기업의 견제도 심상치 않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수입국인 중국은 지난 2015년 향후 10년간 1조위안(약 164조원)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겠다며 국가 차원의 ‘반도체 굴기(堀起ㆍ우뚝 섬)’를 선언한 바 있다. JHICCㆍ이노트론메모리ㆍ칭화유니그룹 등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투자를 늘리고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며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있다.


이에 대한 삼성전자의 대응은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더 벌리는 ‘초(超)격차 전략’이다.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약한 파운드리(위탁생산)와 시스템 반도체에도 힘을 싣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열린 반도체 부문 글로벌전략회의에서 이런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적어도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는 한풀 꺾일 것 같다는 데 대한 위기의식을 함께 공유했다”고 전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979억 달러로 전년보다 357억 달러(57.4%)나 늘었다. 이는 한국 전체 수출 증가액의 46%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수출 증가율은 15.8%에서 8.6%로 떨어진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13%대에서 지난해 17%대까지 치솟았다.

윤우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정 품목의 수출 의존도가 높으면 갑작스러운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중소형 우량품목을 육성해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해용ㆍ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