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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소홀로 만리장성 4분의1 무너졌다

파라클레토스 2010. 10. 6. 21:01

관리소홀로 만리장성 4분의1 무너졌다

헤럴드경제 | 입력 2010.10.06 16:52 | 수정 2010.10.06 17:12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문화유산 만리장성이 관리소홀로 전체구간 중 4분의1 가량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에 비해 문화 및 의식수준은 그를 쫓아가지 못하는 중국의 아킬레스 건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특히 이러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이들이 중국인이 아닌 외국 사회운동가 및 외국 관광객들이어서 대륙을 더욱 부끄럽게 하고 있다.

베이징(北京)에서 60km 떨어진 바다링(八達嶺)의 만리장성 주변으로 빈 위스키 병, 찌그러진 맥주캔과 음식 포장용기가 널려 있는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다. 심지어 전망탑엔 야영을 위한 텐트가 늘 십수 개 펼쳐져 있다. 이들 야영객들은 밤새 음식을 해먹으며 쓰레기 방치에 일조한다. 만리장성 관리자 왕?옹은 "야영자들이 텐트를 칠 때 쓰던 고정 못이 만리장성에서 종종 발견되곤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 만리장성 관련 조항엔 야영금지 조치가 따로 없다. 만리장성 보호에 사반세기를 보낸 영국인 윌리엄 린지(53)는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세계문화유산에서 캠핑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하며 "사람들이 점점 더 대담해진다"고 말했다. 연간 1000만명이 다녀가는 만리장성의 일부 구간은 영어 및 불어로 적힌 각종 낙서와 이름으로 뒤덮여 있다.

만리장성 보호에 앞장 선 공로로 대영제국훈장을 수상한 린지는 "쓰레기 문제는 중국의 상징인 만리장성이 관리소홀로 심각히 훼손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리장성을 찾는 관광객들의 숫자가 날로 늘어나면서 각종 노점상과 자동차들로 자연경관이 훼손됐고, 모토사이클 대회나 패션쇼 등 각종 행사개최와 영화촬영 등으로 만리장성은 그야말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만리장성은 11개 성에 걸쳐 총 길이가 8800km에 이른다. 관리인 왕?옹은 "많은 성(省)이 관여하고 있어 사실상 관리가 불가능하다"면서 "만리장성 보호를 위한 단일 부서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광객이 밀려들기 이전에도 만리장성은 이미 회복이 불가한 손상을 입고 있었다. 통행상의 편리를 이유로 농부들이 만리장성을 뚫고 길을 내는 일이 빈번했고 일부에선 만리장성의 돌을 빼네 집을 짓는 일도 벌어졌다.

린지에 따르면 만리장성의 4분의1가량이 이런 식으로 훼손되고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 당국은 현재 만리장성 500m 이내에 새 건축물 금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린지는 더 많은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중앙 정부가 직접 나서 특별한 관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역사의 일부는 한번 사라지고 나면 영영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m.com

▶유지현 기자의 < 중국 엿보기 > 는=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이미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탈바꿈했고, 최근엔 '글로벌 스탠다드'를 향해 맹렬히 질주하고 있습니다. 이런 역동적인 변화의 중국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놀라움과 찬사, 경계와 질시 등 각양 각색입니다. < 중국 엿보기 > 는 중국 내부의 목소리가 아닌, 외부의 관점에서 바라본 중국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