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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 '자중지란'으로 살얼음판을 걷다

파라클레토스 2010. 10. 16. 09:10

'대물', '자중지란'으로 살얼음판을 걷다

스포츠조선 | 이해완 | 입력 2010.10.15 11:43 | 수정 2010.10.15 17:43 | 누가 봤을까? 40대 여성, 대전

 








SBS 수목극 '대물'이 '자중지란'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높은 시청률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최근에는 연출자가 자신의 작품에 배우가 캐스팅된 사실을 인터넷 뉴스로 전해듣는 촌극이 벌어졌고, 주인공 고현정과 제작사 간의 갈등도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작가가 연출자와의 이견으로 중도 하차하는 등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속은 '불협화음'으로 삐끗 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련의 사건들이 작품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출자만 모르는 배우 캐스팅

지난달 가수 겸 탤런트 서지영의 캐스팅 기사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당시 연출자인 오종록 감독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때문에 연출자와 제작사인 이김프로덕션 간에 갈등이 심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였으면 몰라도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출자에게 상의 없이 일이 진행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며 "연출자는 기자들을 통해서 캐스팅 소식을 뒤늦게 접해야 하는 현실에 당황스러워했고, 매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다른 제작사 관계자들 역시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방송가 관행상 최종 결정권이 제작사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연출자의 의견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한 제작사의 고위 관계자는 "연출자와 작가가 만들어놓은 캐릭터에 가장 적합한 배우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연출자다. 따라서 이 같은 파행 캐스팅은 방송가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고현정과 제작사 간의 갈등 여전

고현정과 제작사는 지난해 '대물' 출연 계약금 반환 여부를 놓고 맞소송을 벌였다. 당시 제작사는 드라마 '대물'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고현정이 '선덕여왕'에 출연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고, 고현정은 '대물'의 촬영이 늦어지면서 차기작 선정에 어려움을 겪어 손해를 봤다며 맞대응했다.

양측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난 7월 장시간 협상 끝에 사건을 벼랑 끝에서 봉합했다. 편성을 확정 지은 SBS가 중재에 나서 고현정의 하차를 막았다. 당시 외형상으론 사건이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지만, 고현정과 제작사 사이에 앙금은 남아 있었다. 최근엔 고현정이 제작사가 아닌 SBS와 출연계약을 맺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갈등의 폭이 줄어들지 않았음이 입증됐다. '대물'의 한 관계자는 "고현정이 아직도 제작사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라며 "제작사 관계자들은 연출자와 배우의 눈치를 보느라 현장에 나타나지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작가의 중도 하차는 외압 아닌 갈등 때문

'대물' 집필을 맡았던 황은경 작가는 방송 4회 만에 유동윤 작가로 교체(스포츠조선 10월15일자 단독 보도)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에선 '정치권의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라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확인 결과 황 작가의 하차는 외압이 아닌 오종록 감독과의 불화 때문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황 작가는 정치 색깔을 최대한 희석하려 했지만, 오 감독은 정치 색깔을 살려 임팩트 있게 나가려 하다 보니 서로 충돌했다"라며 "결국 감독이 작가의 대본에 손을 대는 일이 발생했고, 결국 하차로 이어지게 됐다"고 했다.

연이은 내부 갈등에 '대물' 관계자들은 작품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SBS의 한 관계자는 "제작사가 아노미 상태에 있고, 내부 문제로 작품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라며 "이미 물은 엎어졌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해완 기자 paras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