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구용희 기자 = "발굴된 공룡뼈를 옮기느라 경운기까지 동원했습니다"
후기 백악기 시대인 8500만년 전(前) 한국 땅을 누비던 토종 공룡, 코리아노사우루스 보성엔시스(Koreanosaurus boseongensis)를 부활시킨 전남대학교 한국공룡연구센터 허 민 소장(50·자연과학대학장 ).
세계 최초로 '한국' 이라는 브랜드를 공룡 앞에 덧붙인 허 소장에게 토종 공룡 발굴 11년의 세월은 결코 간단치 않았다.
공룡 발굴지인 보성 득량면 비봉리와 허 소장이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9년. 자신에게 수업을 받던 대학원생 한 명이 비봉리 바닷가에서 공룡알 껍데기로 추정되는 이 물체 조각을 가져 온 것.
무엇인가를 직감한 허 소장은 곧바로 껍데기가 발견된 장소로 달려갔다. 하지만 거센 비바람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제자들과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기적처럼 공룡알이 그의 눈에 띄었다. 화석화된 알이었다.
뒤돌아 볼 것 없이 인근 지역에 숙소를 정한 허 소장은 제자들과 함께 본격적인 공룡알 발굴에 나섰다.
발굴이 한창이던 지난 2003년에는 공룡, 즉 '코리아노사우루스'의 뼈 조각을 찾아내는 성과를 일궈내기도 했다.
이후 허 소장은 4년여에 걸쳐 해안가 암반지대, 파도, 비바람과의 사투(?)를 벌였다. 그 결과 토종 공룡의 모든 뼈를 발굴할 수 있었다.
이어 그는 공룡의 뼈가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나타난 바 없는 한국 고유의 신속(新屬)·신종(新種)임을 입증하는데 제자들과 함께 모든 열정을 쏟았다.
제자들과 허 소장의 노력은 결국 '한국룡' 이라는 명칭과 함께 200년 전통의 세계적 학술지인 독일의 '지질고생물학술지'(Neues Jahrbuch f"ur Geologie und Pal"aontologie) 10월호 등재로 이어졌다.
그는 또 '한국룡'의 모습을 복원하는데 집중했다. 복원 작업에는 조각가, 컴퓨터 그래픽 전문가, 센터 연구팀 등 10여 명이 투입됐다. '한국룡' 코리아노사우루스의 복원 작업에는 총 1년이 소요됐다.
평생을 공룡과 함께 살아 온 허 소장에게 가장 보람된 순간이었다.
허 소장은 "발견된 공룡의 뼈가 새로운 종으로 인정받도록 연구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남해안 공룡 유적지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작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며 "준비하는 과정에 힘이 필요한 만큼 지역민들의 성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persevere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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