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뉴스

'잃어버린 우산'의 가수 우순실이 말하는 '잃어버린 30년'

파라클레토스 2011. 2. 6. 12:43

노래 ‘잃어버린 우산’으로 1982년 대학가요제에서 동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가수 우순실. 노래는 “잊혀져간 그날의 기억들은 지금 빗속을 걸어가는 내겐 우산이 되리라”는 인상적인 후렴구와 함께 히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30여년이 흘렀다. 그동안 그는 아들을 뇌수종으로 잃고, 29억의 빚을 졌으며, 남편과 이혼했다. 노래제목처럼 ‘잃어버린 30년’을 살아온 우순실을 여성조선 2월호가 만났다.

우순실을 만난 곳은 의왕시에 있는 작은 라이브카페. 그는 가수로 데뷔한 이후 노래를 그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들의 병시중을 위해, 29억의 빚을 갚기 위해 부르는 곳이 어디든 달려가 ‘잃어버린 우산’을 불렀다. 그는 “요즘도 카페에서 노래하면서 살고 있다”면서 “‘잃어버린 우산’이라는 대표곡이 있다는 것도 행운이다. 과거는 잊으려고 노력하면서 즐겁게 살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우순실은 지난 1991년 결혼하고 낳은 첫 아들이 뇌수종 판정을 받고서 2005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13년 동안 병수발을 들었다. 병수라는 이름의 아들은 병원으로 가던 차 안에서 태어났지만, 탯줄을 자르고 숨을 쉬지 못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인큐베이터에 넣었지만, 이미 뇌 기능의 80~90%가 손상된 뒤였다.

병수는 늘 기저귀를 차고 있어야 했고 혼자서는 앉지도 서지도 못했다.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곤 몸을 뒤로 뻗치는 게 전부였다. 오감도 거의 모두 손상돼 소리만 겨우 알아들을 뿐이었다. 몸은 조금씩 자랐지만, 머리는 그대로였다. 음식도 죽만 겨우 먹을 수 있는데 그것도 누군가 직접 떠 먹여줘야 했다. 우순실은 그런 아들을 라이브 공연 때 데리고 다니면서 직접 보살필 정도로 극진히 간호했다.

그렇게 13년 동안 보살폈던 아들은 2005년 세상을 떠났다. 처음에는 10년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3년을 더 살았다는 사실이 우순실에게는 위안이 됐다. 그는 “아이는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떠났다”며 “키우면서 힘들기는 했지만, 아이에게서 때묻지 않은 순수한 사랑을 배웠다”고 말했다.

불행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남편의 사업이 몇번 실패하면서 떠안은 빚이 29억까지 불어났다. 임신 9개월까지 노래를 부르면서 쉼 없이 빚을 갚아야 했다. 남편은 빚만 남긴 채 10여 년 전 중국으로 훌쩍 떠났고 결국 2009년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그렇게 남편은 떠났지만, 그에게는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었다.

우순실은 병수 이후에도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더 얻었다. 중학교 2학년인 딸은 중국에 있는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공부하고 있다. 우순실은 “딸이 초등학교 4학년 때 중국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처음에는 놀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월세방에서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우순실은 “막내가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며 “아이를 키우면서 지금까지 힘들었던 일을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막내 외에도 그는 힘들었던 시간을 요가를 통해 이겨냈다. 그는 ‘아크로요가명상센터’라는 전통요가센터도 개원해 원장으로 있다. 명상과 단전호흡으로 힘든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법을 가르친다.

“어떤 사람들은 제가 겪었던 일 중 하나만 경험했더라도 자포자기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렇게 숨 쉴 수 있는 원동력은 근원에 대해 감사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