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변산 자락에 들어선 내소사 | ||
(전북 변산=뉴스웨이 김초록 여행작가)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부안땅으로 간다. 복잡한 삶에 얽매여 근심이 사라질 날이 없는 현대인들에게 부안은 어머니 품 같은 곳이다. 부안은 그 한복판에 변산을 두고 있어 더 아름답다. 변산 일주도로를 달려본 사람들이라면 이 땅이 왜 아름다운지를 온몸으로 느끼고 보았을 것이다. 외변산과 내변산으로 갈라져 있는 변산은 바다와 들판, 그 너머로 솟은 산봉우리가 참으로 신비롭고 오묘하다. 내변산 12경, 외변산 12경, 해변산 12경이 말해주듯 변산은 일찍이 산해(山海) 절승으로 그 아름다움을 뽐내왔다.
▲ 개암사의 단아한 모습 | ||
변산 여행은 두 가지 코스가 있다. 하나는 부안읍내에서 30번 도로를 타고 바다와 만나는 바람모퉁이(하서면 소재지)에서 잠시 쉰 뒤 변산해수욕장을 거쳐 적벽강-채석강-곰소항-내소사를 찾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서해안고속도로 줄포 나들목에서 710번 도로를 타고 개암사에 먼저 들른 다음 내소사와 채석강으로 가는 시계 방향 코스다. 하서면에서 시작되는 해안도로(시계 반대 방향)는 곰소항까지 54㎞, 만만치 않은 거리다. 그러나 절경이 쉴 새 없이 이어지니 지루할 틈이 없다.
변산 여행의 시발점인 바람모퉁이(하서면 소재지)에서 바라보는 푸른 서해와 널따란 갯벌은 막힌 가슴을 뻥 뚫어준다. 바람모퉁이는 바닷물이 드나들 때마다 바람이 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바람모퉁이에서 해안길을 따라 조금 가면 변산온천과 부안댐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변산온천은 유황성분이 다량 함유된 무색투명의 부드러운 물로 피로회복, 고혈압, 신경통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3km 거리에 있는 부안댐 전망대에 오르면 흰눈 덮인 외변산과 그 아래로 푸른 물이 가득 담긴 댐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다시 돌아 나와 변산 쪽으로 가다 만난 새만금방조제. 새만금전시관에 잠시 들러 새만금의 이모조모를 살펴보고 장장 33.9km에 달하는 긴 방조제길을 달려본다. 바다 한가운데로 난 길이 마치 신기루 같다. 이곳 변산면 대항리에서 군산 비응도를 잇는 새만금 방조제는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네덜란드 쥬다치 방조제 보다 1.4㎞ 길어 곧 기네스북에 등재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방조제 길이 뚫리면서 군산과 부안은 한 고장이 된 느낌이다. 종전 1시간30분쯤 걸리던 부안-군산간 거리가 약 50㎞ 단축돼 20∼30분 정도면 두 고장을 오갈 수 있다. 승용차로 33.9㎞의 방조제를 달리는 데 약 30~40분이 소요된다.
길은 해안을 따라 계속 이어진다. 새만금에서 변산면 소재지인 고사포-적벽강-채석강-모항-곰소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즐거운 드라이브를 약속해 준다. 고사포해변 앞에 놓인 하섬은 매달 음력 1일과 보름 썰물 때면 2㎞에 걸친 바닷물이 갈라져 모세의 기적을 연출한다. 채석강 못미처에 있는 적벽강은 시인 소동파가 노닐었다는 곳으로 일명 사자바위로 불린다. 붉은 색을 띠는 바위 절벽이 수성당이 있는 용두산을 돌아 2㎞가량 이어져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위도와 칠산바다는 한 폭의 그림으로 우리 앞에 홀연히 모습을 드러낸다. 해넘이 또한 장관이다. 좀 번잡한 채석강에 비해 한결 호젓하게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다. 수성당 아래로 난 길을 따라 밑으로 내려가면 파도 철썩이는 바다와 갯바위를 마주하게 되는데, 문득 발에 밟히는 몽글몽글한 갯돌의 감촉이 더없이 좋다. 적벽강이 있는 죽막마을 앞에는 후박나무 군락지(천연기념물 123호)와 TV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 나오는 명군 진지 세트장이 들어서 있어 이래저래 볼거리가 쏠쏠하다.
▲ 채석강은 변산여행 1번지다 | ||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채석강(採石江)은 변산 여행 1번지다. 변산 안내지도 한 끄트머리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그래서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이곳은 해안 절벽에 마치 수만 권의 고서적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것처럼 생긴 모습이 탄성을 자아낸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은 채석강을 더욱 빛나게 한다. 햇살과 노을, 해무(海霧)와 파도가 빚어내는 사중주는 자연의 속살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렇다고 언제나 채석강을 온전히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물때가 안 맞으면 그 일부만 볼 수 있으니 자연의 심술이라고 해야 할까?
채석강과 붙어 있는 격포항에 들어가 본다. 격포진이 있던 옛 수군의 근거지로 일직선으로 뻗는 방파제와 그 옆으로 닭이봉의 기암절벽이 볼만하다. 수십 척의 어선이 물살에 동동거리는 풍경하며 방파제를 거닐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하루 종일 이어진다.
인근의 전북학생해양수련원이 있는 30번 해안도로에서 그 앞의 솔섬을 배경으로 떨어지는 일몰 풍경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사진작가들은 이곳의 일몰이 채석강의 그것보다 더 아름답다고 말한다. 격포항에서는 위도로 떠나는 여객선이 하루에 서너 번 출발한다. 물이 빠지면 길이 70m 정도의 솔섬에 걸어갔다 오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격포항에서 오른쪽 해안도로를 타면 궁항에 닿게 된다. 궁항 인근 바닷가에는 지금은 막을 내린 TV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전라좌수영 세트장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는 낙조도 즐길 수 있는데 채석강의 그것만큼 깊은 여운을 남긴다.
▲ 궁항 | ||
궁항에서 구불구불 이어진 해안선을 따라 줄포 방면으로 조금 가면 작고 소박한 어촌 마을, 모항이 나타난다. 어선 십여 척이 정박해 있는 모항 앞 바다는 천혜의 갯벌지대. 검붉은 개흙이 주황빛 햇살에 반짝이는 저녁 무렵, 모항에서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 마을 뒷산에는 천연기념물인 호랑가시 군락과 100년을 넘긴 팽나무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 있다. 마을 입구에 있는 모항해수욕장은 작고 아담한 해안선에 둘러싸여 있어 그윽한 정취를 한껏 자아낸다.
▲ 모항 옆의 갯벌해수욕장 | ||
▲ 모항의 겨울 풍경화 | ||
모항에서 다시 해안도로를 탄다. 석포 삼거리에 이르니 내소사 가는 길이 열려 있다. 절 들머리, 껑충한 전나무들이 도열해 있다.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이어지는 600미터의 이 전나무숲길은 언제 찾아도 청신하다. 시멘트길에 익숙해진 도시인들에게 흙길이 주는 편안함과 푹신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내소사는 백제 무왕 34년(633년)에 창건된 작은 절집이다. 쇠못 하나 안 쓰고 지었다는 대웅보전(보물 제291호)은 화려하면서도 수수하고, 새가 그리고 날아갔다는 단청과 예쁜 꽃문양 창살은 바라볼수록 은근한 멋을 풍긴다. 절집 뒤로 난 산길을 따라가면 직소폭포를 지나 낙조 포인트인 월명암으로 갈 수 있다.
▲ 내소사 전나무숲길 | ||
길은 다시 곰소만을 끼고 왕포를 지나 곰소에 이르고 다시 우동-영전을 거쳐 줄포에 닿는다. 줄포 북쪽에는 바둑판처럼 가지런히 정리된 천일염전이 펼쳐져 있다. 이곳 염전은 한때 번성하던 줄포항이 없어지고 바다를 막아 곰소항을 새로 만들면서 생긴 것이라 한다. 모항에서 염전 지대가 있는 곰소까지는 15㎞ 거리로, 특히 곰소만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쌍계재는 30번 해안길의 백미라 할만하다. 곰소는 일찍이 젓갈산지로 이름을 날렸던 곳이다. 지금도 마을 왼쪽 편 곰소항 뒤쪽에 젓갈단지가 있다. 가게마다 갈치속젓, 멸치액젓, 까나리액젓, 청어알젓, 황석어젓, 개불젓, 토하젓 등등 30여 가지의 다양한 젓갈들을 내놓고 파는데 보기만 해도 입맛이 살아난다.
▲ 곰소항에 나온 각종 해산물 | ||
▲ 곰소 젓갈시장에 가면 다양한 젓갈을 싼값에 살 수 있다 | ||
줄포면 우포리에는 바다와 습지가 만들어 놓은 줄포자연생태공원이 펼쳐져 있다. 염분을 없애고 생태연못을 비롯해 갈대숲길, 야생화단지, 잔디광장을 꾸며놓았는데 아이들을 둔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바닷게와 함초, 해국 등 다양한 염생식물을 볼 수 있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촬영지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줄포에서 부안읍내 쪽으로 가다보면 보안면 우동리 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 산 중턱에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 반계 유형원이 후학들을 가르치며 은거했던 반계서당이 있다. 발 아래로 줄포만이 훤히 내려다보여 풍치가 무척 아름답다. 복원된 학당과 선생이 생전에 쓰던 우물이 남아 있다.
▲ 우동저수지 뒤로 내변산이 우뚝하다 | ||
우동리를 나와 영전 사거리에서 부안읍내 쪽으로 10여 분 달리면 개암사 입구. 호수를 끼고 들어가는 진입로는 대나무 숲이 우거져 그윽하다. 능가산 골짜기에 들어선 개암사는 외변산의 내소사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그러나 내소사가 좀 더 부드럽다면 개암사는 무거운 느낌이다.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으로 조선시대 초기의 건축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절 뒷산에 매달리듯 올라앉은 울금바위와 대웅전의 조화도 꽤나 멋스럽다.
제주에 올레길이 있고 지리산에 둘레길이 있다면 부안에는 '마실길'이 있다. 새만금에서 격포에 이르는 17.5㎞의 해안도로를 따라 바닷길을 걸을 수 있는데 변산반도의 속살을 만날 수 있다. 바다와 갯벌과 마을을 이으며 끊어질 듯 계속된다. 썰물 때 백사장과 연결되는 하섬을 비롯해 솔숲이 인상적인 고사포해수욕장 등 볼거리가 쏠쏠하다. 하섬은 새우(鰕) 모양을 한 작은 섬으로 바다에 떠있는 연꽃 같다고 해서 연꽃 '하(遐)'자를 쓰기도 한다.
이밖에 변산면 마포리에는 최근 누에타운이 문을 열었다. 누에치기를 손수 해볼 수도 있고 누에곤충과학관과 동굴형 탐사관, 뽕나무 형상의 카페테리아와 전망대가 있다.
▲ 계화회관의 백합죽 | ||
♦여행수첩(지역번호 063)=교통편: 서해안 고속도로 부안나들목-30번 국도-부안읍내-하서- 바람모퉁이-부안댐-새만금전시관(방조제길 시작점)-고사포-변산해수욕장-적벽강-채석강격포항-궁항-모항-내소사-곰소-보안면-반계서당-23번 국도-개암사로 이어지는 해안일주도로를 타면 된다. 시계방향인 줄포 나들목-줄포 방면 710번 지방도-보안면 방향 23번 국도-상서면-개암사-곰소-채석강-변산해수욕장-새만금전시관으로 도는 길도 괜찮다. 두 길 모두 바다와 산을 끼고 달리기 때문에 경치가 아주 좋다. 호남고속도로 태인나들목~부안(30번국도)~고창(23번국도)~개암사로 가는 방법도 있다. 전주, 익산, 정읍, 군산 등지에서 부안행 직행버스 수시 운행. 부안터미널(584-2098). 부안에서 줄포, 개암사, 곰소, 격포, 내소사행 군내버스가 수시로 있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오전 6시50분부터 50분 간격으로 하루 15회 부안행 고속버스가 다닌다. 개암사 종무소(583-3871), 변산반도국립공원관리사무소(582-7808).
♦잠자리와 맛집=채석강 주변에 채석강리조트(583-1234), 모텔적벽강(582-8998), 바다모텔(581-3102) 등이 있고, 변산온천 부근에 변산온천산장(584-4874)이 있다. 모항 쪽에 썬리치랜드(584-8030-1), 모항비치텔(583-5545) 등이 있고, 상록해수욕장 쪽에 있는 바람꽃펜션(www.bswindflower.co.kr, 584-2885)은 캐나다산 통나무 향기가 은은하다. 격포수협 건물 1층의 바다식당(582-8754)은 해물탕(2인분 3만원)을 잘하고, 변산해수욕장의 송포횟집(582-8077)은 자연산 회 전문점으로 추천할 만하다. 곰소항 인근에 우리장모집(젓갈백반, 584-3504), 칠산꽃게장(꽃게장백반, 581-3470) 등이 있다. 부안버스터미널 부근의 계화식당(584-3075)과 새만금전시관 근처의 갈매기집(583-6060)은 백합죽이 유명하다.
/ 글·사진 김초록 여행작가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뉴스웨이) pressdot@newsway.kr
'▒ 변산반도◈ > ◐변산반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소사-김규봉의 사는이야기 (0) | 2011.02.17 |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3)칠산바다 지키는 수성당할머니 (0) | 2011.02.17 |
서해바다를 돌보는 개양할멈을 모신 수성당을 가보다 (0) | 2011.02.17 |
부안 수성당 신목과 무신도 (0) | 2011.02.17 |
[스크랩] 변산반도-산해절승 `서해의 진주`를 가슴에 담는 가을 여행 (0) | 2011.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