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꽃게 흉년'에 인천 소래포구 상인들 '아우성'
"꽃게 흉년에 물이 목까지 차올랐어요"
5월은 꽃게철이다. 특히 알이 꽉 찬 ‘암꽃게’는 살이 단단하고 고소해 별미로 꼽힌다.
하지만 제철을 맞은 꽃게가 요즘 자취를 감췄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어민과 상인, 소비자 모두 울상이다.
수도권 주민들의 당일 코스 관광지로 유명한 인천 소래포구를 둘러봤다.
붕장어와 복어 등을 거쳐 드디어 꽃게 1박스를 놓고 경매가 시작됐다.
낙찰 가격은 암꽃게(대) 1kg에 4만6000원. 1년 전보다 약 70%나 오른 가격이다.
◇ 암꽃게 1kg에 4만6000원에 낙찰…1년 전보다 70% 폭등
보통 제철에는 생산량이 늘면서 값도 내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꽃게 어획량이 크게 줄면서 이처럼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인천수협 박세창 소래판매팀장은 “꽃게뿐만이 아니라 주꾸미와 광어, 생새우 등 모든 수산물의 어획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가격은 시간이 갈수록 계속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선주들의 걱정도 태산 같다. 수협사무실에서 만난 선주 김영숙(60, 여) 씨는 “연평어장에서 꽃게가 안 잡혀 기름값도 제대로 안 나오는 상황”이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한낮인데도 사람들로 붐벼야 할 재래어시장은 다소 썰렁한 분위기였다.
한 가정주부가 꽃게에 관심을 보이다가 ‘암꽃게 1kg에 5만 원’이라는 가격을 듣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상인들은 “올해 꽃게가 흉년이라 너무 물동량이 없어서 그렇다”고 설명했지만, 지갑을 열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이 손님은 “작년에는 가장 비싼 것이 1kg에 3만5,000원이었다”면서 “비싼 이유는 알겠는데 그래도 너무 비싸다”며 발길을 돌렸다.
이처럼 꽃게 가격이 급등하자 ‘게 맛’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러시아산 대게(1kg에 2만5,000원)나 킹크랩(5만 원), 캐나다산 바닷가재(3만5,000원)를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어시장에서 꽃게와 대게, 킹크랩, 바닷가재를 함께 취급하는 상인 공순례(56,여) 씨는 “판매 비중은 꽃게가 대략 30%라면 나머지가 7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래 어시장으로 꽃게를 사러 오는 손님들이 줄면서 젓갈류와 건어물을 취급하는 곳도 울상을 짓기는 마찬가지다.
이곳에는 수산물 상점 334곳과 젓갈 집 23곳 등 약 350여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 불 꺼진 점포들…"5월 대목? 이젠 기대도 안 해!"
재래 어시장 맞은편에 있는 소래포구 종합어시장의 분위기는 더욱 침울하다.
1층에서 횟감을 사서 2층으로 올라가면, 회를 쳐주거나 매운탕을 끓여줘 평소 손님들로 북적이는 곳이지만 이날은 손님이 거의 없었다. 불을 끄고 아예 영업을 포기한 곳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종합어시장 이선호 총무는 “이곳 상인들은 임대료만 평균 100만 원 정도 내는 데 시간이 갈수록 빚만 늘어가고 있다”면서 “한 마디로 목구멍까지 물이 차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평소에는 꽃게들로 가득 차있었을 수족관도 텅 비었다. 횟집 안에도 손님들이 거의 없었다. ‘평일 뿐 아니라 주말에도 소래포구를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이곳 상인들의 이야기다.
한 횟집 주인은 “가격이 너무 올라 꽃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우리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서 “특히 5월에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이 있어 언제나 대목이었지만, 올해는 임시공휴일이 있어도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는 올해 꽃게 어획량이 지난해보다 10~3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이 한 요인이지만 가뭄으로 꽃게의 주 먹이인 플랑크톤이 크게 줄어든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다 어린 꽃게를 잡아먹는 해파리 수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인천시는 어민 생계를 위해 연평어장의 새우잡이 조업시간을 한시적으로 연장했다. 하지만 ‘꽃게 흉년’이 지금처럼 계속될 경우, 어민은 물론 어시장 상인과 횟집 주인들에게까지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CBS노컷뉴스 변이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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