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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의 연평도'.. 中 어선 200여척 싹쓸이 조업

파라클레토스 2016. 5. 15. 00:27

'한숨의 연평도'.. 中 어선 200여척 싹쓸이 조업

꽃게잡이 현장에 가보니..



꽃게잡이가 한창인 13일 오전 6시쯤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앞 해상.

연평도 북쪽으로 1.8㎞ 떨어진 북방한계선(NLL) 부근 해상에서 중국어선들이 조업하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먼동이 트기 전인 오전 4시30분 어업지도선을 타고 대연평도 당섬선착장을 출발, 파도를 헤치며 한참을 달려 이곳에 도착한 후였다.

거리가 멀어 중국어선이 많이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어업지도선 문모(59) 선장은 “밤새 불야성을 이루며 조업하던 중국어선이 100척은 넘게 진을 치고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난 10일 서해5도 접경지역인 인천 옹진군 연평도 북쪽 북방한계선(NLL) 부근 수역에서 중국어선들이 무리를 지어 조업하고 있는 장면. 위쪽으로 석도 등 북한의 섬들이 보인다. 우리 경비함정이 단속을 나가면 중국어선들은 NLL을 넘어 북쪽으로 달아난다.인천 옹진군 제공
지난 10일 서해5도 접경지역인 인천 옹진군 연평도 북쪽 북방한계선(NLL) 부근 수역에서 중국어선들이 무리를 지어 조업하고 있는 장면. 위쪽으로 석도 등 북한의 섬들이 보인다. 우리 경비함정이 단속을 나가면 중국어선들은 NLL을 넘어 북쪽으로 달아난다.인천 옹진군 제공

연평도 북쪽 수역은 꽃게가 많이 잡히는 곳이지만 NLL이 지척에 있어 우리 어선들에는 ‘금단의 수역’이다. 중국어선들은 이곳에 터를 잡고 꽃게를 마구잡이로 걷어 올리고 있다.


우리 어선들은 오전 5시부터 7시 사이에 연평도 서쪽 어장으로 출항해 조업을 한다. 하지만 중국어선들이 쌍끌이 방식으로 새끼 꽃게까지 싹쓸이해 가는 바람에 우리 어민들은 꽃게잡이 실적이 신통치 않다. 연평도 꽃게잡이 어선은 29척이지만 해일7호, 대신호 등 8척은 ‘허탕’을 쳐 기름값도 건지기 어려울 것 같자 이날 출어를 포기했다.


오전 7시가 조금 지나 문 선장이 연평면사무소 측에 무전으로 연락해 보니 이날 연평도 NLL 일대에서 조업 중인 중국어선은 193척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전날 181척보다 12척 늘었다.


연평도 동북쪽과 서북쪽 해상을 볼 수 있는 최전방 망향전망대에서 보면 불법 중국어선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런 불법 조업이 18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NLL 수역이라는 한계 때문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고민이다. 해군이나 해경 함정이 쫓아가면 중국어선들은 비웃듯이 북한 수역으로 달아난다.


흐린 날은 경비함정도 출동하지 않고 우리 어선들의 조업도 통제돼 200여척의 중국어선이 마음 놓고 활개를 치는 데도 속수무책이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연평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재옥(57·여)씨는 “꽃게 씨가 말라 올해는 구경도 못했다”고 한숨지었다. 박태원(58) 연평도 어촌계장은 “중국의 바다가 황폐화된 뒤 중국어선들이 NLL 일대에 터를 잡고 운반선까지 동원해 꽃게 등 수산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며 “NLL 일대가 중국의 거점항으로 변한 지 오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어선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무전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등 정보를 교환하면서 싹쓸이 어로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갑판 좌우에 쇠창살을 설치해 해경특공대의 접근을 막고, 다가가면 쇠꼬챙이를 휘두르며 강력하게 저항한다. 단속 함정이 나타나면 배를 10여척씩 서로 묶어 속칭 ‘연환계’로 빠르게 달아난다. 불법조업 어선의 선원들이 다른 선박으로 달아나 텅 빈 선박만 나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박태원 어촌계장은 “이대로 방치하면 머지않아 꽃게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며 “NLL 해상에 어초(魚礁·어류가 모이도록 설치하는 인공시설물)를 대량 투입해 쌍끌이 방식으로 조업하는 중국어선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연평도 황금어장의 꽃게 어획량은 급감했다. 올해 어획량은 지난달 말 현재 1만1100㎏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8만6355㎏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꽃게가 잡히지 않자 꽃게잡이 어선 5척이 새우잡이 배로 전환했고 수협의 지원을 받기 위해 불가사리라도 건져 올리는 실정이라고 어민들은 하소연했다.

인천지검과 인천해양경비안전서는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불법 조업 중국어선 20척을 나포해 선원 38명을 입건하고 20명을 구속했다. 그러나 어민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벌금 대폭 상향 등 보다 강력한 대책을 요구했다.

연평도=정창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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