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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치 2조' 동해안 대게 불법포획에 씨 마른다

파라클레토스 2016. 5. 13. 11:24
'경제가치 2조' 동해안 대게 불법포획에 씨 마른다



어획량 급감에 가격 폭등…돈 되니 마구 잡고

먹으려면 10년 자라야…"자원 보호·서식환경 회복해야"


대구에 사는 김창우(49·사업)씨는 지난 7일 가족과 함께 포항 구룡포에 다녀온 뒤 한동안 마음이 씁쓸하다.

4인 가족이 식당에 가 주인 권유로 맛이 좋다는 박달대게 1마리와 일반대게 3마리를 먹은 뒤 20만원이 넘는 돈을 내야 했다.

3년 전만 해도 4명이 10만원 안팎으로 배불리 먹었는데 두 배가 넘는 값에도 겨우 맛만 볼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압수된 대게암컷
압수된 대게암컷
영덕 강구항
영덕 강구항

김씨는 "모처럼 구룡포에 나들이했는데 대게가 이렇게 비쌀 줄은 몰랐다"며 "별수 없이 먹긴 했으나 바가지를 쓴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가격을 잘 모르고 몇 년 만에 대게 식당을 찾는 사람은 김 씨처럼 황당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대게 집산지인 포항과 영덕, 울진 주민조차 이제는 대게를 맛보기 어렵다.


경북 동해안은 전국 대게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 2007년에는 연간 4천t 이상(413억원) 잡힌 효자 상품이었다.

그러나 불법포획이 서서히 고개를 들며 2010년부터 1천t으로 떨어졌다.


2010년 1천810t, 2011년 1천755t으로 줄다가 작년에는 1천625t으로 2007년보다 무려 60% 줄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위판량은 300억원대로 대게잡이 전성기 때와 큰 차이가 없다.

생산량이 줄어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만큼 대게값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찾는 수산시장 등에서도 예년에 1㎏에 7천∼2만원 하던 대게가 최근 들어 2만∼6만원까지 올랐다.

속이 꽉 차고 단맛이 나 최고로 꼽히는 박달대게는 한 마리에 10만원이 넘는다.


◇ '무차별 남획'…불법 대게잡이 어선 20여척 대게 생산량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불법포획이다.


11월부터 5월까지만 포획을 허용하는 대게 철에는 바다에 나가면 얼마든지 잡아 비싼 값에 팔 수 있어 어민에게는 최고 소득원이다.


그러나 반드시 보호해야 할 대게 암컷이나 길이 9㎝ 이하인 어린 대게까지 무분별 잡는 것이 문제다.

일반 대게와 달리 연중 잡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나 포획이 끊이지 않고 있다.


13일 포항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게 불법포획으로 27건에 50명을 붙잡고 4명을 구속했다.

대게 암컷 9만7천200마리와 어린 대게 1만4천600마리를 압수해 대부분 바다에 방류했다.


올해는 4개월가량 33건에 56명을 적발해 불법포획이 작년보다 급증했다. 또 대게 암컷과 어린 대게 2만여마리를 압수했다.


선장 박모(50)씨는 지난달 대게 암컷과 어린 대게 770마리를 잡은 혐의로 경찰이 조사하고 있는데도 다시 바다에 나가 400여마리를 포획해 구속됐다.


지난달 22일 영덕 축산항 앞바다에서는 어선끼리 대게 조업구역을 놓고 다투다 고의로 다른 배를 들이받은 50대 선장이 붙잡혔다.


포항해경은 경북 동해안에 불법 대게잡이 어선이 20척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 먹으려면 10년 자라야…가격 비싸 '마구잡이' 유혹


대게는 새끼에서 먹을 수 있을 때까지 크려면 10년가량 걸린다. 대게 자원이 고갈하면 그만큼 회복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


암컷 한 마리는 알 10만여개를 품고 있다. 이 가운데 0.1%인 100개 정도만 대게로 자란다. 암컷 10만마리를 잡으면 산술적으로 대게 1천만마리가 없어지는 셈이다.


불법포획으로 대게 수는 점차 줄어들고 값은 그만큼 올라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단속을 강화하면 할수록 유통책과 판매책이 점조직화한다. 값이 비싼 만큼 유통 경로도 더 늘어 일부 어민의 불법포획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해경은 분석한다.


포항해경 최정환 서장은 "대게 자원을 보호하고 활용하면 경제적 가치는 해마다 2조원 이상 될 것이다"며 "동해안 어민 주 소득원이자 전략 해산물인 대게 보호를 위해 불법포획을 계속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 압수 대게 양은 '새 발의 피'…자원 보호·서식환경 회복해야

수산자원관리법에는 대게 암컷과 9㎝ 이하 어린 대게는 잡지 못하게 돼 있다. 잡거나 소지·유통·보관·판매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불법포획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력 부족과 현장이 바다라는 특성 때문에 단속에 한계가 있다.


일단 어선이 바다에서 불법포획으로 적발되더라도 잡은 대게를 바다에 버리면 증거를 잡을 수 없다. 배에서 잡은 대게를 뭍으로 들여와 유통하는 과정에서 붙잡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불법 유통하는 대게보다 단속으로 압수하는 대게 양은 새 발의 피라는 것이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포항해경은 대게 자원 보호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수협과 공조해 꾸준하게 단속하고 있다. 어민을 상대로 불법포획 근절을 위한 홍보도 한다.


경북도는 지자체와 함께 내년까지 영덕·울진 해역에서 대게 자원회복 사업을 벌인다.

266억원을 들여 대게 암컷과 어린 대게가 주로 서식하는 수심 100m∼150m에서 폐어망과 폐기물을 수거해 서식지 환경을 조성한다.


특별기동단속반을 운영하며 주 2회 이상 새벽, 야간 등 취약 시간대에 육·해상에서 집중 단속한다.

민간감시선 운영도 영덕과 울진에 이어 포항과 경주까지 확대한다.


대게를 불법 포획한 어선을 적발하면 어업 정지 또는 취소 처분한다. 신고포상금 제도도 강화해 불법포획을 근절한다는 계획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경찰과 경북도, 인근 지자체와 합동으로 대게 자원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불법포획을 근절할 때까지 단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포항=연합뉴스) 임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