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올 들어 처음으로 배럴당 50달러선에 바싹 다가섰다.
이른바 '매직넘버' 50달러 달성을 목전에 두고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지난 1월 저점 이후 80% 가까이 오른 유가의 랠리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유가가 50달러선을 뚫고 치솟아 가파르게 상승할지 혹은 맥없이 주저 앉을지를 판단하기 위한 변수들이 곳곳에 포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국제유가의 향후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 5가지를 정리했다.
1. 나이지리아 등 OPEC의 '문제 국가들'
최근 유가 랠리의 최대 요인 중 하나는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 나이지리아의 생산이 20년만에 최저로 떨어진 것이다.
남부 니제르 삼각주에 위치한 석유설비, 송유관, 터미널이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나이지리아의 일평균 생산은 140만배럴 밑으로 떨어져 최근 고점에서 40% 넘게 줄었다.
지난 2006~2009년 일어났던 대규모 시위로 인한 소요 사태의 장기화 우려가 촉발됐다고 FT는 분석했다.
자칭 '니제르 델타 어벤저스'라는 무장 단체의 잇단 공격은 나이지리아 정부가 휘발유 가격을 60% 넘게 인상하면서 불거졌다. 이 무장단체는 주요 에너지업체 셸, 셰브런의 석유시설을 타깃으로 공격을 지속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리비아의 생산 역시 암울하다. 동서로 갈린 두 정부가 지난 2주 동안 중단됐던 하리가항 원유선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지만 산유량이 단숨에 회복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남미의 베네수엘라 상황도 여의치 않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 15일 '앞으로 60일 동안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에너지 공급 등에 대해 분배 및 판매 전권을 행사하게 됐다.
2. 공급 차질
OPEC에서만 공급 차질이 빚어진 것이 아니다. 캐나다의 최대 유전지역 서부 앨버타주(州)에서 계속되는 대형 산불로 일평균 생산 100만배럴이 감소했다. 캐나다 전체 생산량의 1/5를 차지하는 규모다.
산불이 확산되면서 오일샌드 생산업체 '선코르', '신크루드'는 17일 현장 직원들을 철수 시켰다. 캐나다의 원유공급이 앞으로 몇 주 안에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얼마나 빠르게 생산을 재개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동안 유가 하락으로 공급이 줄어든 점도 있다. 미국의 일평균 생산은 13개월전 고점 970만배럴에서 50만배럴 이상 줄었다.
세계 5대 생산국이자 수요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은 올해 생산을 일평균 14만배럴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4월 생산은 일평균 405만배럴로 2012년 8월 이후 최저로 밀렸다.
산유국 저마다의 상황으로 빚어진 공급 차질은 일평균 300만배럴이 넘는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추정한다. 이로 인해 2년만에 처음으로 시장에 공급 부족이 발생했다. 결국 월가의 대표적 유가 비관론자 '골드먼삭스'까지 2분기 유가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골드먼삭스는 이번주 보고서에서 "원유 시장의 실제적 재균형이 마침내 시작됐다"며 "시장이 5월 (공급) 부족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3. 사우디 아라비아
그렇다면 OPEC을 사실상 주도하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생산을 늘릴 것인가. FT는 중기적 관점의 원유 시장에서 사우디 증산 여부가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달 초 사우디가 20년만에 석유장관을 교체하면서 트레이더들은 사우디의 증산 신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사우디는 생산여력이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산유국이다. 또, 생산 단가가 낮은 산유국들이 가장 많은 석유를 생산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
하지만, 사우디는 일평균 생산을 지난해 6월 역대 최고인 1060만배럴로 올린 이후 현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에너지 애스펙츠'는 사우디가 시장에 석유를 흘러 넘치게 달려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산력을 높이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또, 사우디는 일반적으로 여름 냉방 수요를 맞추기 위해 생산을 늘린다. 따라서, 사우디가 정책적으로 증산에 나설지 여부는 여름이 지나고 몇 개월 더 기다려 봐야 윤곽이 잡힌다고 FT는 예상했다.
4. 미국 셰일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연간 원유 생산은 지난해 일평균 940만배럴에서 내년 820만배럴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년 동안 저유가로 미국 셰일업체들은 비용삭감을 위해 생산을 줄였다. 일각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회복하면 셰일업체들이 당장 펌프질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유가 상승세는 선물 시장을 통해 더 빨리 전달될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FT는 "다수가 이번 저유가로 죽음의 문턱을 경험했다"며 "유가가 셰일 업체들의 운영을 계속 유지시킬 정도로 오르기만 하면 은행들은 셰일 업체들의 헤지를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셰일 업체들이 자신들의 생산을 미리 팔아 버리면 유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5. 헤지펀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졌던 지난 1월 헤지펀드들은 매수를 시작했다. 올들어 19주 동안 헤지펀드들은 영국 북해 브렌트유를 순매수해 4억2000만배럴에 해당하는 매수 포지션을 취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순 매수 포지션도 거의 2억5000만배럴로 올랐다.
하지만, 기록적 매수 포지션은 최근 2주 동안 줄었다. 일부 헤지펀드들은 막대한 차익 실현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 시장의 매도 압박이 막대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더 많은 투자자금이 유입될 잠재력에 주목한다. 지금 투기적 포지션들이 사모아 둔 원유의 양이 지난 2014년 여름에 비해 많긴 하지만, 저유가로 인해 현재 그들이 투입해 둔 자금의 규모는 당시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이다.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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