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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사태마다 '적과의 동침'..비례대표 딜레마

파라클레토스 2018. 1. 7. 18:59


국민의당 반대파 비례의원 통합신당 당적 유지 불가피
탈당시 의원직 상실..분당사태마다 '불편한 동거' 재연
"비례대표제 전제인 정당지속성이 뒷받침안돼 취지 왜곡돼"

지난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국민의당 의원들 모임인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의 전체회의에서 국민의당 장병완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국민의당 내에서 바른정당과 통합을 반대하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제2의 김현아 의원’이 될지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분당 사태마다 비례대표 의원과 소속 정당 간 ‘불편한 동거’가 재연되면서 관련 개정법이 발의된 상태지만,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고려해 당적 이동이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당적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국민의당 내 통한반대파인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는 개혁신당 창당에 뜻을 같이하는 비례대표 의원인 이상돈, 장정숙, 박주현 의원의 거취에 대해 “김현아 의원처럼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안철수 대표가 반대파 비례대표 의원에 대해 제명 조치를 할 생각이 없다고 거듭 밝히면서다.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김현아 의원은 지난 2016년 새누리당 분당사태 당시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옮기기 위해 당에 제명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한 뒤 당적을 옮기지 않은 채 바른정당과 활동을 같이 해왔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비례대표의원이 소속정당의 합당이나 해산 또는 제명 외의 이유로 당적을 이탈하거나 변경하면 당선이 무효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국민의당 내 통합을 반대하는 비례대표 의원들 역시 제명 조치가 되지 않는 이상, 의원직을 유지하기 위해 당적은 통합신당에 둔 채로 개혁신당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현아 의원은 당적 유지 이후 당원권 3년 정지, 상임위 전임 요구 등의 징계를 받으며 소속 당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지난 2012년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의 분당 당시에는 신당권파 비례대표 의원 4명이 ‘셀프 제명’을 통해 정의당으로 당적을 옮겨가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는 김현아 의원 사태를 겨냥해, 분리된 당으로 당적을 옮기는 경우까지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과 제명 조치의 경우에도 의원직을 상실하도록 하는 내용의 상충되는 법안이 모두 발의돼 있다. 지난 9월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두 법안에 대해 “비례대표 의원은 유권자의 대표임과 동시에 정당의 대표자임을 고려할 때, 제명 당하거나 분당으로 인해 당적을 이탈한 의원의 유지 문제는 사회적·국민적 공감대를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라는 검토의견을 냈다.

전문가는 비례대표제도의 취지를 고려했을 때 분당으로 당적을 옮기는 경우까지 의원직 유지를 인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원칙적으로 유권자는 정당을 보고 비례대표 의원직을 준 것인데 비례대표제 도입의 전제인 정당의 지속성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정치 상황이 이같은 사례를 계속해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 연구원은 “현재도 출당 조치의 경우에는 당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비례대표의 취지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다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