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남과 북을 이으며 굽이쳐 흘러왔던 생명의 강이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강은 남과 북의 경계가 됐죠
그래도 물길은 내달리며 이야기를 만들고
강따라 사람들은 대를 이어 삶을 꾸려갑니다
수 없이 많은 역사와 함께 하며
어느 한순간도 멎은 적은 없었던 254km물줄기
임진강을 따라가 봅니다
한강 제 1 지류이자 남한에서 4번째로 긴 강 임진강
황해도 두류산에서 발원해 경기도 연천과 파주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들어갑니다
임진강 상류에 자리한 두지나루터
임진강의 속살을 만나기 위해선 이곳 황포돛배만한 것도 없습니다
강을 만나려는 사람들이 배에 오르자 돛배는 천천히 강 한가운데로 나아갑니다
조선시대 원형을 그대로 복원해 만들었다는 황포돛배
당시 황포돛배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이동수단
한양에서 의주로 갈 물건을 싣고 황포돛배는 부지런히
한강과 임진강을 오갔습니다
하지만 남과 북이 나뉘고 임진강 자체가 사람 통행을 가로막는
민통선이 되면서 그 풍경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반세기 넘게 왕래가 끊겼던 돛배가 복원된 것은 2004년
관람객을 위해 일부 구간을 운행하기 시작
거북바위
그 중 자장리 적벽은 임진 8경으로도 손꼽히는데
약 60만년 전 철원부근에서 분출한 용암이 만들어준 풍광
강을 따라 검붉은 수직 바위들이 병풍처럼 이어집니다
조선시대 한 문인은 임진강 바위에 직접 글을 새기기도 했지요
예부터 많은 이들이 임진강에서 뱃놀이를 즐겼습니다
그리고 당대 예인들은 그 풍경을 글과 화폭에 담아냈습니다
웅연계람/겸재 정선
우화등선/겸재 정선
조선 후기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 정선 역시 임진강에서 뱃놀이를 즐겼고
그 모습을 화폭에 표현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풍경앞에서는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됩니다
임술지추 칠월기망
임술년 가을 칠월 열엿새
소자여객 범주유어 적벽지하
난 객과 더불어 배를 띄우고 적벽 아래에서 놀았다
청풍서래 수파불흥
맑은 바람은 천천히 불어오고 물결은 일지 않는다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강은 여전히 철책으로 둘어싸여 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다 보니 철책도 삶으 일부로 받아들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임진강에서 고기를 잡아가며 살아가는 어부들입니다
이맘 때 임진강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건 참게
임진강 참게는 집게 아랫쪽에 유난히 털이 많고
등딱지 끝이 날을 세운 듯 뾰족한 것이 특징
한강과 더불어 서해로 흘러가는 임진강은
예부터 참게의 서식지로 유명했습니다
민물게라고 불리는 참게는
3~4월 경 바다에서 강으로 올라와 민물에서 성장했다가
가을이면 산란을 위해 바다로 향하는데
산란을 앞둔 이 무렵이 속도 가장 실하고 맛도 좋습니다
그렇다고 임진강에 아무나 배를 띄울 수는 없습니다
어업 허가권이 있어야만 가능하죠
파주에서는 소금으로 밑간을 한 후 통째로 삶은 걸 즐겨먹었습니다
임진강 하류에 자리잡은 탄현마을
군인들의 출입증 검사도 농부들에겐 익숙해 보입니다
바로 민통선 안이 그들 삶의 터전이기 때문
강건너 북한을 지척에 두고 있는 땅
그 사실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듯
강 주변은 철책과 군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 철망 안쪽으로 믿기지 않을 만큼 평야가 자리하고 있는데
무려 100만 평에 이르는 오금리벌
아주 옛날 임진강 갯포를 막아 만들어진 평야
마을에서 첫 수확은 기계가 아닌 손으로 해왔는데
다행이 올해도 땅은 풍년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임진강을 경계의 강이 부릅니다
하지만 그 경계를 따라 주민들의 삶도 묵묵히 흘러갑니다
임진강
임진강 맑은 물은 흘러 흘러내리고
물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
내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가니
임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강건너 갈밭에서 가을새만 슬피울고
내마음 들판에서 풀뿌리를 캐건만
협동벌 이삭바다 물결위에 춤추니
임진강 흐름을 원한 싣고 흐르느냐?
내고향 북녘땅 가고파도 못가니
임진강 흐름을 가르지를 못하리라
임진강 흐름을 가르지를 못하리라
서민들이 발이 되어 준 통근열차와 운천리 사람들
율목마을
파주 4부 경의선,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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