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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 <영천2부-영천 오일장에 가면> 2012.10.02

파라클레토스 2012. 10. 5. 10:24

 

예로부터 영천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려면 꼭 들려야 했던 교통의 요충지

 

말을 타고 달렸던 조선시대에는 역마의 고장으로 더 유명했죠

 

오늘날 청도청 역할을 하는 장수도찰방이 생긴 것도 그 때문

 

덕분에 내륙사람도 바다사람도 모두 영천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렇게 펼쳐진 난전

영천에 가면 5백 년 역사의 장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영천은 푸른산이 더 절경입니다

전라도 처럼 너른 평야가 펼쳐져 있진 않아요

 

없이 살던 시절 영천 보릿고개는 더 혹독했습니다

 

북안면 당리

 

황병석, 김윤자씨 부부는 그 시절 추억의 음식을 아직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시금장은 영천지역에서 춘궁기 때 먹는 음식

보리를 도정할 때 생기는 찌꺼기 가루를 물로 반죽해 만드는

깨주메기가 주 재료

 

예전에 반찬 없을 때 가루로 만들어

고추 좀 넣어서 저녁에 조금씩 담가서 먹고..

이게 소화제에요

 

이 속에다 구으면 더 맛있어요

 

공갈빵처럼 잘 구워진 깨주메기는  숙성과정을 거칩니다

열흘이상 잘 띠워야 맛 좋은 시금장을 만들 수 있거든요

 

잘 숙성된 깨주메기를 가루로 내어 보리 찹쌀 콩 등을 삶어 넣고 반죽합니다

반죽을 하룻밤 묵혀야 시금장이 완성됩니다

 

시금장은 제법 손이 많이 가는 음식

그래도 영천사람들에게는 밥도둑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오늘은 영천 오일장이 열리는 날입니다

 

 

영천장은 안동장, 대구 양녕시장과 함께 경상도 3대 시장으로 손꼽힙니다

내륙부터 바다물건까지 없는게 없죠

 

어제 정성으로 시금장을 만들었던 황병석 김윤자씨 부부도 오일장 터줏대감입니다

짐도 풀기 전에 줄을 기다리는 손님들

윤자씨네 시금장은 영천 오일장 명물입니다

벌써 40년 째 시금장을 팔아온 김윤자씨

이제 쉴 때도 됐건만 그럴 수가 없습니다

윤자씨네 시금장을 사러 나온 단골들 때문입니다

 

오래된 것은 시금장 뿐 아닙니다

새벽 찬바람에 시린 몸과 마음을 달래주던 장터 국수장은 몇 십 년째 그대로구요

 

맞춤연장을 만들어주던 대장장이도 이 장터에서 잔뼈가 굵었습니다

 

이렇게 영천시장이 활황인데는 위치도 한 몫 했습니다

 

영천은 대구 포항 안동 경주 한 중간에 자리한 사통팔달의 고장

 

교통이 불편했던 시절에도

 

동해안 생선을 군위 안동 달성 경산까지 보낼 수 있었고

 

내륙 농산물을 동해안으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전민운 문화해설사

일제 침략기 시절에 일본이 우리 농산물을 수탈하기 위해서

경상도 전역에서 나는 쌀은 왜관시장에 집결을 시키고

쌀이외의 모든 농산물은 영천시장에 집결시켰습니다

그래서 여기가 일종의 물류단지가 되었죠

전국에서 많은 곡식을 사기위해 물류단지인 영천장에 몰리게 되었는데

어떻게 보면 영천시장이 커지게 된 동기가 되기도 하였지만

우리 민족의 큰 아픔과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천장에서 제일 유명한 것은

바로 이 골목에서 파는 바다물고기

 

상어토막고기 ''돔베기'입니다

경상도 제삿상에 빠지지 않는 돔베기는 예부터

영천 것을 으뜸으로 쳤습니다

 

이 돔베기가 나이테가 있거든요

딴 데는  나이테가 없어요

그리고 까만 점이 있는게 진짜 돔베기입니다

그래서 여기 많이 옵니다

 

 

 

영천 돔베기의 명성은 신선한 원재료 덕분입니다

육지까지 와서 손질하는 것이 아니라 바다에서 급냉해오기 때문에

맛은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옛날에는 '간독'이라고 해서 땅을 1~2m 정도 파고

시멘트로 독을 만들어서 거기에 소금, 상어 겹겹이 쌓아서

추석 같으면 추석 두세 달 전에 미릴 준비를 해서

간이 완전히 배면 추석 대목 때 꺼내서 팔았습니다

-권병채

 

 

신선한 상어는 제비뽑기를 통해 상인들이 골고루 나눠 가집니다

돔베기 골목의 맛을 유지하는 비결이죠

 

이렇게 나눈 돔베기 간은 가계에서 직접팝니다

 

간을 해서 하루정도 밖에 널어 놓았다가

물에 살짝 헹궈 그늘에서 숙성시키는 것

 

 

이 과정이 돔베기 맛을 결정합니다

 

돔베기는 염장이 숙성이 잘되어야 해요

여기서 누가 특별히 염장을 잘하느냐보다도

(돔베기를)가지고 가서 숙성을 어떻게 잘 시키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져요

동절기 같으면 2일, 요즘 같으면 하루정도

-이재원

 

 

이 골목에서 이름 값 하는 건 돔베기뿐 아닙니다

상어뼈도 경상도 좋은 음식의 재료

상어뼈로 끓인 돔베기탕은 깔끔합니다

 

돔베기 산적 돔베기 탕

 

 

돔베기를 포뜨고 남은 상어껍질

콜라겐 가득한 상어껍질은 술안주로 인기

-신만금

 

장날마다 돔베기골목과 자웅을 겨루며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죠

곰탕골목이 이름을 알리게 된 건

오일장 옆에서 번성하던 '우시장' 덕분입니다

 

떼 돈을 벌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5일장은 가진 것 없는 인생의 믿을 구석이었습니다

5백년 장터의 역사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