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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곳곳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강좌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고, 기업에서도 최근 인문학적 상상력을 지닌 이들을 채용하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교육은 비교적 활성화되어 있지 못한 듯하다.
게다가, 입시 위주의 교육에 끊임없이 비판이 가해지고는 있으나 정작 청소년들이 다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맥락 없이 나열되어 있는 지식들을 암기하고 그 지식들을 대입시켜 문제 푸는 것만 해서는 한국의 교육은 희망을 가지기 어렵다.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토론하고, 책을 찾아보고, 글을 쓰고, 나름의 의견을 개진해보는 공부를 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거치게 된다.
청소년 등 인문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의 경우엔 다음에 소개하는 과정을 따라간다면 좀 더 쉽게 인문학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질문을 던져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어색하고 서투르더라도 질문하는 것을 쑥스러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질문을 하자.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한 가지 시선으로밖에 보지 못하고 있는 것 등에 대해 다르게 접근해보고 그에 따라 발생하는 질문들을 던지면 된다. 그리고 질문하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여러 이슈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나름대로 개진해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좋다.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과 연결되는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조직하여 글로 쓰거나 말로 표현해보자. 이렇게 질문하고 의견을 개진해보는 연습을 해보았다면, 그 다음엔 직접 철학 서적을 1권 정해 정독해보자.
그러면 이젠 본격적으로 인문학 공부에 발을 디딘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여러 권의 책들의 중요한 내용들만 뽑아놓은 개론 서적이 아니라 플라톤의 <국가>나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과 같은 원서를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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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론 서적은 원서를 읽기 전에 작가의 생애나 철학사적 맥락에서 그 책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 등의 배경지식을 아는 용도로만 읽는 것이 좋다.
아무리 많은 개론 서적을 읽어도 직접 원서를 읽어보면서 직접 학자의 논리 전개를 따라가고 문체를 느껴보고 문제의식을 함께 호흡해보는 깊이를 따라잡기는 힘들다.
인문학 공부는 지식을 축적하는 것보다는 직접 생각하는 사고력 확장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개론서는 입문할 때에 몇 권 참고하여 읽는 것으로 족하다. 그리고 주로 철학사를 시대 순으로 따라가는 식으로 철학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지만 주제별로 묶어서 관련 학자들을 살펴보는 것 등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이렇게 공부하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인문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이 스스로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인문학은 남이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을 때야 비로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가 돼서야 비로소 공부하기를 영화 보기, 게임하기처럼 즐길 수 있게 되고, 그러면 이미 인문학 공부를 반쯤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 대해 호기심과 의문을 갖는다면 누가 책을 읽으라 하지 않아도 자기 스스로 책을 읽게 된다.
청소년들이 인문학을 접하는 방법에는 인디고 서원 등 관련 단체에 찾아가서 관련 활동을 하거나 혹은 교육 단체에 문의하여 강좌를 듣는 것이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이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서 스스로 시작하는 것이겠지만 이는 사실상 어렵고, 이런 기관들에 개인적으로 혹은 단체로 문의하는 방법이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인문학 교육을 하는 단체들은 몇몇 있겠지만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단체인 '톨레레게(Tollelege)'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내가 제일 잘 아는 청소년 인문학 단체이기도 하고 현재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인 만큼 공신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톨레레게는 전문적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인문학 교육을 실시하는 비영리 단체이다. 활동하는 연구원들은 주로 20~30대의 젊은 인문학도들이다. 그래서 특히 나이대가 어린 청소년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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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단체라는 특성상 비용을 지나치게 많이 요구하지 않고 현재는 주로 중고등학교, 도서관 등의 공공단체에서 강의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에서 수업이 진행되는 경우 강사비는 교육을 의뢰한 기관에서 받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수업료를 하나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이다. 자체적으로 강사비를 받더라도 내규에 따라 청소년들에게 부담 없는 선에서 책정된다.
톨레레게는 주로 ‘안녕, 인문학!’ 등과 같은 프로그램 단위로 강의를 진행하는데, 보통 3~4명의 강사가 한 팀을 이루어 인간관계, 진로(꿈), 젠더 등 각자의 서로 다른 주제를 중심으로 각각 수업을 진행한다.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보면 3~4개의 강의들을 서로 다른 강사들의 지도 하에서 듣게 되는 것이다. 물론 프로그램 시작과 끝에 프로그램을 아우르는 도입과 마무리 강의가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의 경우 이미 여러 번 시행되어 컨텐츠를 검증받았고, 현재 새로운 내용을 또 개발하여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인문학 캠프 프로그램과 고전 독해 프로그램, 청소년운영위원회 인문학 프로그램도 개발 중에 있다. 인문학 캠프 프로그램의 경우 이미 청소년 센터의 문의를 받았으며 그 단체와 연계하여 진행할 예정이다.
필자가 중고등학생일 때엔 인문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치 않아서 매우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다른 많은 청소년들은 인문학과 만나게 되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삶의 지혜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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