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의존 명사
명사는 사물의 이름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아래의 (1)에서 밑줄 그은 "철수, 책, 사람"은 구체적인 사물의 이름이고, "평화, 모임"은 추상적인 개념이나 현상의 이름이다.
(1) ㄱ. 철수는 책을 읽고 있다.
ㄴ.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열렸다.
(2) ㄱ. 혼자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ㄴ. 철수가 알았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ㄷ. 그 사람이 감옥에 간 지가 얼마나 되었소?
그런데 (2)에서 "수, 것, 지"는 명사가 놓이는 자리에 쓰여 명사의 역할을 한다. 이처럼 명사의 성격이 있지만, 그 의미가 의존적이어서 앞에 꾸미는 말이 와야만 쓰일 수 있는 말을 "의존 명사"라고 한다. 이에 대하여 "철수, 책, 사람, 평화, 모임, 힘, 가옥"처럼 다른 말의 도움을 받지 않고 홀로 쓰일 수 있는 명사를 "자립 명사"라고 한다.
[제42항] 의존 명사의 띄어쓰기
어간, 어미, 조사, 의존 명사와 같은 의존 형태소는 원칙적으로 앞말에 붙여 적어야 한다. 실제로 북한의 <조선말 규범집>에서는 의존 명사는 앞말에 붙여 쓰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의존 형태소와는 달리 의존 명사는 다른 말(관형어)에 기대어 완전한 명사와 같은 문법적 기능을 하므로, 제1장 제2항의 원칙(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에 따라 띄어 쓴다.
[주의] 동일한 형태가 경우에 따라 다르게 쓰이는 예들
1. "들" : "들"이 체언 뒤에서 복수를 나타낼 때에는 접미사이므로 앞의 체언에 붙여 적는다. 그러나 두 개 이상의 사물을 열거하는 구조에서 "그런 따위"라는 뜻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의존 명사로서 앞의 말에 띄어 쓴다.
보기> ㄱ. 접미사 : 사람들, 학생들, 친구들…
ㄴ. 의존 명사 : 쌀, 보리, 콩, 조, 기장 들을 오곡이라고 한다.
2. "대로" : "대로"가 체언 뒤에서 "그와 같이"라는 뜻으로 쓰일 때에는 조사이므로 앞의 체언에 붙여 쓴다. 그러나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서 "그와 같이"라는 뜻을 나타낼 경우에는 의존 명사이므로 앞의 관형어에 띄어 쓴다.
보기> ㄱ. 조사: 법대로, 약속대로,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ㄴ. 의존 명사: 본 대로, 약속한 대로 이행한다.
3. "만큼" : "만큼"은 체언 뒤에서 "그런 정도"로 라는 뜻으로 쓰일 때에는 조사이므로 앞의 체언에 붙여 쓴다. 그러나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서 "그런 정도로" 또는 "실컷"이란 뜻으로 쓰일 때에는 앞의 용언의 관형사형에 띄어 쓴다.
보기> ㄱ. 조사: 나도 너만큼 할 수 있다, 여자도 남자만큼 일한다.
ㄴ. 의존 명사: 먹을 만큼 먹었다. 애쓴 만큼 얻었다.
4. "뿐" : "뿐"은 체언 뒤에 붙어서 "한정"의 뜻을 나타내면 접미사이므로 앞의 체언에 붙여 적는다. 그러나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서 쓰여 "따름"이란 뜻을 나타내면 의존 명사이므로 앞의 말에 띄어 적는다.
보기> ㄱ. 접미사: 하나뿐이다. 철수뿐이다.
ㄴ. 의존 명사: 만났을 뿐이다. 말 없이 웃을 뿐이다.
5. "지" : "지"가 의문형 어미로 쓰일 때에는 앞의 말에 붙여 적지만,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서 경과한 시간(동안)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의존 명사이므로 앞의 말에 띄어 쓴다.
보기> ㄱ. 의문형어미: 그가 가는지 안 가는지 모르겠다. 집이 큰지 작은지 모른다.
ㄴ. 의존 명사: 그가 떠난 지 열흘이 지났다. 그를 만난 지 한 달이 되었다.
6. "차" : "차(次)"가 체언 뒤에 쓰여서 "의도, 목적"을 뜻할 때에는 접미사이므로 앞의 체언에 붙여 쓴다. 그러나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 쓰여서 "어떤 기회를 겸하여"라는 뜻을 나타낼 적에는 의존 명사이므로 앞의 말에 띄어 쓴다.
보기> ㄱ. 접미사: 연수차 도미한다.
ㄴ. 의존 명사: 고향에 갔던 차에 이혼을 하고 돌아왔다.
7. "판" : "판"이 체언 뒤에 쓰여서 "일이 벌어진 자리나 장면"의 뜻으로 쓰이면 합성어의 어근이므로 앞의 체언에 붙여 쓴다. 그러나 수관형사 뒤에서 "승부를 겨루는 일의 수효"라는 뜻으로 쓰이면 의존 명사이므로 앞의 수관형사에 띄어 쓴다.
보기> ㄱ. 합성어의 어근: 노름판, 씨름판, 개판
ㄴ. 의존 명사: 장기 한 판 두자. 바둑을 열 판이나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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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항]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의 띄어쓰기
앞의 제42항에서 의존 명사는 앞의 말에 띄어 쓴다는 규정이 있으므로 수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 명사도 앞의 관형어와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수효를 나타내는 "개년, 개월, 일(간)" 등은 원칙적으로 띄어 쓴다.
보기> 삼 (개)년, 육 개월, 이십 일(간)
다만, 아래와 같은 경우는 허용 규정으로 붙여 쓴다.
첫째, 수 관형사 뒤에 의존 명사가 붙어서 순서를 나타내는 경우는 앞의 말에 붙여 씀을 허용한다.
보기> ㄱ. 제일장, 제이절, 제삼십사항
ㄴ. (제)이십삼대, (제)삼십사회, (제)육십오번, (제)칠천팔백사십구차
보기> 일천구백팔십칠년, 십이월, 이십구일 오전 열한시 오십사분 삼십칠초
둘째, 아라비아 숫자 뒤에 놓이는 의존 명사는 모두 붙여 적을 수 있다. 이는 시각적인 효과를 위하여 둔 허용 규정이다.
보기> 50원, 60촉, 80마일, 1996년, 8통 2반, 127번지 13호, 제1별관, 제6공화국 |
[제44항] 수의 띄어쓰기
<한글 맞춤법 통일안>의 규정에서는 보기와 같이 십진법에 따라 띄어 쓰도록 되어 있는데, 앞의 제43항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한글 맞춤법 통일안>의 규정이 더 합리적이다.
보기> 일만 삼천 구백 오십 팔
그러나 우리말에서는 수의 단위가 만 단위로 되어 있고, 또 십진법 단위로 띄어 쓰면 띄어쓰기 단위가 너무 잘게 되어 의미 파악에 지장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여 만을 단위로 하여(만, 억, 조, 경, 해, 자…) 띄어 쓴다.
보기> ㄱ. 6543조 2987억 3456만 8278
ㄴ. 육천오백사십삼조 이천구백팔십칠억 삼천사백오십육만 팔천이백칠십팔 |
1. "겸" : "겸(兼)"은 "어울어 짐"을 나타내는 의존 명사이다. 따라서 앞의 말에 띄어 쓴다.
보기> 교사 겸 간수 임도 볼 겸 뽕도 딸 겸
2. "내지" : "내지(乃至)"는 수사와 수사 사이에 쓰여서, "얼마에서 얼마까지"의 뜻을 나타내는 말인데 접속 부사로 다루어 띄어 쓴다.
보기> 하나 내지 둘, 열흘 내지 보름
3. "대" : "대(對)"는 "…에 대항하는", "…에 짝이 되는"의 뜻으로 쓰이며, 의존 명사로 다루어서 띄어 쓴다.
보기> 소년 대 소녀, 3 대 2
4. "및" : "및"은 "그 밖에 또…와 또"의 뜻을 나타내는 접속 부사이므로 띄어 쓴다.
보기> 어른 및 학생, 책상 및 걸상
5. "등(等), 등등(等等), 등속(等屬)" : "등(等), 등등(等等), 등속(等屬)"은 열거의 뜻을 나타내는 의존 명사이므로 앞 말에 띄어 쓴다.
보기> 사과, 배, 감 등은 과일의 일종이다. |
단어와 단어는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한 음절 단어가 연속될 때에 이것을 모두 띄어 쓰면 독서 능률이 떨어진다.
보기> ㄱ. 좀 더 큰 이 새 집
ㄴ. 좀더 큰 이 새집
(보기)의 (ㄱ)과 (ㄴ)을 비교하면 (ㄱ) 쪽이 시각적으로 어색하다. 따라서 단음절로 된 단어가 연이어 나타날 때는 (ㄴ)처럼 붙여 쓰는 것을 허용한다.
그런데 이렇게 띄어 씀을 허용하는 것은 관형사와 명사, 부사와 부사가 연결되는 구조와 같이 자연스럽게 의미적으로 한 덩이를 이룰 수 있는 구조에만 적용된다.
보기> ㄱ. 큰것 ㄴ. 좀더 아름다운 선물
따라서 부사와 관형사나 관형사와 관형사가 연결될 때에는 띄어 써야 한다.
보기> ㄱ. *더큰것 → 더 큰 것 → 더 큰것
ㄴ. *저새 집 → 저 새 집 → 저 새집
한 음절로 된 부사와 부사가 이어서 나타나더라도 그 부사가 성질이 아주 다른 것은 띄어 써야 한다.
보기> ㄱ. *더못 간다. → 더 못 간다.
ㄴ. *꽤안 온다. → 꽤 안 온다.
(보기)에서 "더, 꽤"는 정도 부사이고, "못, 안"은 부정 부사이다. 따라서 이들은 그 성격이 다른 것이므로 붙여 쓰지 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