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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온 스물둘 피아노 천재.. '프라하의 봄'을 부활시키다

파라클레토스 2016. 5. 9. 05:44

한국서 온 스물둘 피아노 천재.. '프라하의 봄'을 부활시키다

[체코 '프라하의 봄' 축제 특별공연] 조성진 초청 위해 5년 만에 부활.. 4개월 전 티켓 일찌감치 매진 슈베르트·바흐까지 완벽히 연주




'그가 모자만 벗는다면 이마에 지혜가 있음을 알 수 있으리라. 그래서 나의 영혼은 뮤즈가 그에게 은총을 내린 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


7일 오전 체코 프라하 근교 블타바(독일어로 몰다우) 강변의 한적한 마을 넬라호제베스에 있는 작곡가 드보르자크(1841~1904) 생가. 음악가로는 유일하게 푸줏간 면허를 가졌던 그의 집 거실 벽에는 체코 시인 휴고 살루스(Hugo Salus)가 쓴 '드보르자크'가 걸려 있었다.


프라하의 대표적 콘서트홀 루돌피눔에는 '체코 음악의 아버지' 드보르자크의 이름을 딴 공연장이 있다.

7일 밤 8시(현지 시각), 드보르자크홀 객석은 무대 뒤 파이프 오르간 옆까지 청중으로 가득 찼다.

1946년 창설해 올해 71회째를 맞은 '프라하의 봄' 축제의 프롤로그 콘서트.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등장하자 환호가 쏟아졌다.

체코를 대표하는 음악 페스티벌의 서막을 알리는 이 특별한 공연은 2011년 이후 5년 만에 부활했다.

지난해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을 초청하기 위해서였다.

티켓은 지난 1월 일찌감치 매진됐다.

간간이 나오는 반환표는 현지에서 '로또 당첨'이나 다름없는 행운일 정도로 인기였다.


모차르트 '론도' A단조의 주제 선율은 드보르자크홀의 기막힌 음향 덕분에 그 음울한 효과가 배가됐다.

티끌 하나 끼어들 여지 없이 정갈한 타건(打鍵)은 콩쿠르 이후에도 오로지 음악에만 정진한 결과물이었다.

부조리한 세상을 음악으로 바꾸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쳤던 모차르트가 말년에 쓴 이 곡에서 '질주하는 슬픔'과 광기(狂氣)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스물두 살 조성진이 세월을 겪으며 하나하나 풀어가야 할 숙제다. 그만큼 모차르트는 어렵고 다층적이다.

하지만 슈베르트가 죽기 불과 몇 주 전에 작곡한 C단조 소나타에서는 시대와 사회, 그리고 가정사를 꿰뚫는 또 다른 광기가 작품 전반에서 표출되었다.


슈베르트 피아노 음악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왼손의 끈질긴 반복 음형은 충실히 지켜졌다.

후반부, 쇼팽의 24개 전주곡은 더욱 무르익었다.

콩쿠르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여유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자유로움이 시종일관 느껴졌다.

C단조에서는 파이프 오르간 연주 같은 웅혼함이 느껴졌고 마지막 D단조 최후의 왼손 연타가 끝나자 청중은 전원 기립했다.

세 번째 앙코르로 연주한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5번의 '사라방드'는 페달을 전혀 누르지 않고도 꿈결 같은 레가토(음을 부드럽게 이어 연주하는 것)를 노래했다.


프라하의 봄 축제는 조성진 콘서트에 이어 여느 해와 다름없이 오는 12일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으로 개막해 6월 4일까지 프라하 전역의 17개 공연장에서 음악의 성찬으로 꾸며진다.

축제와 함께 피아노 분야에서 열린 국제음악콩쿠르는 한국인 15명이 본선에 올라 있다.

드보르자크에게 내린 뮤즈의 은총은 이제 조성진과 우리 연주자들에게도 이어져 서양 음악의 본고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