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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vs 이란..OPEC 뒤흔들 '정치 대결장' 예고

파라클레토스 2016. 5. 22. 00:20

사우디 vs 이란..OPEC 뒤흔들 '정치 대결장' 예고


수니파 사우디의 '석유 무기화' 다음달 총회 첫 선 시아파 이란 "시리아·예멘 해결돼야 석유도 합의" 이란 원유증산 박차에..사우디 "산유량 늘리겠다"



중동의 핵심 산유국 가운데 하나인 쿠웨이트가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에게 다음달 2일 총회에서 산유량을 동결하자고 다시 제안했다. 그러나 분위기를 잘 못 파악한 “어설픈 시도”라는 석유업계의 비아냥 속에 묻히고 말았다.

OPEC의 원유생산 전략을 짜는 정기 총회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근래에 보지 못했던 날카로운 정치대립의 장으로 변질될 것이 될 것이라는 게 석유업계의 관측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를 지역내 안보이슈와 결합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 가운데 숙명의 라이벌 이란 역시 강경대응을 공언해 두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자 © AFP=뉴스1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자 © AFP=뉴스1

◇ 사우디 국방장관인 살만 왕자, 석유정책도 총괄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의 전격적인 석유장관 교체는 원유시장에 분명한 신호탄이었다. 사우디 왕정의 실세로 부상한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가 자신의 측근인 칼리드 알 팔리히 아람코 회장을 새 장관으로 앉혔다. 경제논리에 충실한 석유장관으로 평판을 얻엇던 알리 알-나이미는 21년 만에 일선에서 물러났다.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이기도 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정책은 이제 국방장관을 겸하고 있는 살만 부왕세자에 의해 수행된다. 살만 부왕세자는 지난해 예멘 반군에 대한 연합 폭격을 주도한 인물이다.


지역 내 시아파에 군사 공세를 펼쳐 온 그는 전선을 석유시장으로 확대했다. 지난 봄 산유국들이 잠정 합의했던 ‘원유 생산량 동결’ 계획을 일거에 백지화했다. “이란이 증산을 계속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란은 시아파의 종주국으로 예멘 반군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사우디와 이란은 시리아에서 수년째 내전 중이다. OPEC의 실질적 리더십까지 수행해 온 사우디의 새 석유장관이 이번 총회에서 어떤 자세를 보일 것인지 이견이 별로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든 결정권은 모하메드 빈 살만 왕자의 손에 달려있음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살만 왕자에 의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된 아민 나세르는 "석유를 원하는 곳은 언제나 충족시켜줄 생각"이라며 "추가 생산의 필요성이 있다. 생산은 올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비잔 잔가네 석유장관. © AFP=뉴스1
이란 비잔 잔가네 석유장관. © AFP=뉴스1

◇ 이란 "시리아·예멘 분쟁 해결되어야 석유정책 합의"


이란 역시 일찌감치 사우디와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사우디가 애초에 실무적으로 합의했던 산유량 동결안에 대해 "우리는 서방 제재 이전 수준으로 원유생산을 늘려야 한다"며 동참을 거부했다.


일평균 400만배럴을 목표로 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란은 최근 생산량을 356만배럴로 확대해 놓았다. 아시아와 유럽 시장을 놓고 자연히 사우디와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원유시장을 빼앗기는 쪽은 군비경쟁에서도 밀리기 쉽다.


이란 석유부 차관인 호세인 자마니니아는 "우리의 경쟁국은 사우디아라비아"라고 콕 찍어 밝히기도 했다. 그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원유가 정치적인 자원으로 변질돼 OPEC이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시리아와 예멘에서의 분쟁 해결 없이는 OPEC 내에서 합의를 도출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바이 소재 RAK페트롤리움의 아미르 한다니는 “사우디의 빈 살만 부왕세자가 후퇴할 가능성이 낮고, 이란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OPEC회의에서 두 국가가 충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치위기로 번질 조짐인 베네수엘라의 경제난과, 반군 공격에 따른 생산차질 문제까지 겹친 나이지리아 경제위기 등 회원국들의 고충은 다뤄질 기회를 얻기 어렵게 됐다.

RAK의 한다니는 “OPEC 회의에서 사우디와 이란이 난투극을 벌이는 동안 소규모 산유국들은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며 숨죽인 채 있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서울=뉴스1) 황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