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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상호 "30년이나 지났는데 국민들은 더 힘들어"

파라클레토스 2016. 6. 14. 22:38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원구성 협상과 관련한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번 협상은 20대 총선 이후 여소야대, 3당체제 등 기존 정치판이 뒤엎어지면서 시작 전부터 사람들의 기대와 불신을 한몸에 받았다. 우 원내대표는 “‘결국 국민들은 2∼3일만 지나도 어느 당이 상임위원장을 가져갔는지 모르실 텐데…’라고 생각하니 그제야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우 원내대표가 직접 밝힌 협상 속사정 전문(全文)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이제문 기자
―30년 내에 가장 빠른 개원이다.

사실 그날(9일) 협상장에 앉아서 계속 고민했다. 단순 계산으로는 우리 당에게 남는 장사가 아니다. 물론 국회의장과 예결위원장을 가져온 상징성을 보면 (협상 결과를) 작다고 폄하할 순 없지만, 상임위 배분으로만 보면…. 고민했던 것은 윤리위와 농해수위이다. 여당이 알짜 상임위(운영·기재·정무·정보위 등)를 가져가고 윤리위를 내놓겠다고 한 것은 내가 보기에 약간 과도했다. 우리 당 다선 의원들 중 일부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기에 고민이 됐다. 하지만 결국 국민들은 2∼3일만 지나도 어느 당이 상임위원장을 하는지 모르실 텐데…. 소위 ‘밥그릇’이 어느 당으로 갈지 국민들은 관심이 없다. 국회의원들에게만 예민한 문제이다. 만약 상임위원장 두 석을 가지고 계속 싸웠다면, 하나는 더 따낼 수 있었다. 하지만 한 2주 정도 더 걸렸을 것이다. 이것을 놓아줘야 국회의원들이 ‘밥그릇 싸움’을 하지 않고 제때 개원하려고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최단기간 내 개원’이라는 기록을 남기는 것도 한국 정치사적으로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는 고민을 했다. 그래서 그 자리(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1시간30분 정도 협상을 벌였다. 보통 같았으면 하루 정도 협상을 중단시키고, (국민에게) 욕을 덜 먹기 위해 다시 비상위나 정치 기구에 상의를 하는 절차를 거친다. 물론 이미 (당 지도부와) 사전 상의를 하고 전권을 위임받아 (협상장으로) 간 상태였다. 속으로, ‘윤리위, 농해수위를 가져가면 당내에서 욕먹겠다. 그래도 국민을 보고 하자’라고 생각했다. 수없이 많은 언론과 국민이 볼때 ‘어? 어떻게 이렇게 빨리 끝났지?’라는 얘기를 들어야한다고 생각했다. 국민들은 ‘더민주가 양보를 해서라도 원을 정상적으로 구성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을 보니, 더민주가 집권하려고 마음을 먹었구나’라고 느껴주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탐대실하지 않고 큰 국정운영의 흐름을 잡아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승낙했다. 그랬더니 두 사람(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이 깜짝 놀라는 것이다. (웃음) 내가 “지금 가서 발표합시다”라고 했더니 다들 당황했다. 박 원내대표는 김관영 수석부대표랑 통화가 안 되고, 정 원내대표는 ‘그냥 내일 아침에 하지 뭘…’ 이런 분위기였다. 기자들도 (원구성 협상을) 발표한다니까 깜짝 놀랐었다. (웃음) 그때 ‘당에서는 일부 욕을 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 운영에 책임을 지겠다는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믿었다. ‘국민들이 그걸 아실 거다’라고. 당장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빨리 원구성이 됐는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아실 거라고 생각했다.

―협상 후 주변 반응은 어땠나.

(협상) 다음날 보니 박지원 선배가 자신의 공이라고 했다. 그때 저는 아무 소리도 안 했다. (웃음) 다만 조금 더 좋은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지고 싶었던 3·4선 의원들이 좀 서운해 했다. 또 일부는 ‘협상에서 너무 밀린 것 아니냐’ ‘박 원내대표에게 너무 당한 것 아니냐’라는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설명을 자세하게 드렸고, 만장일치로 (더민주 의원총회에서) 박수로 추인받았다. 협상 일정이 당겨진 것은, 알짜 상임위원장을 가져오기 위해서 2주일 더 싸우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이 중요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여야 원내대표간의 궁합은 어땠나. 앞으로 협치가 가능하겠나,

세 명이 실제로는 상당히 통하는 편이다. 상대방의 뒤통수를 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 누구 하나가 뒤통수를 치고 실속만 챙겨가면 나머지 둘은 서운해지게 마련인데, 이번 협상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박 선배가 훨씬 노련하게 끌고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체로 상대방 입장을 고려했다. 각자 당내 상황이 있게 마련이다. 박 선배 뒤에는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있다. 박 선배의 속마음은 호남을 생각한다면 농해수위를 가져오고 싶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안 대표를 배려해서 교문위를 가져간 것 아니겠는가. 정진석 대표 뒤에는 어차피 청와대와 친박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저는 의식해야할 사람이 없다. 물론 저도 당내 여론은 중요하다. 하지만 강력한 대선후보나 따로 신세 진 사람이 없다. 비교적 프리한 편이다. 이번 협상을 통해 느낀 것은 ‘이 두 분과 협상할 땐 항상 청와대와 안 대표의 의중을 파악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6월10일만 되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 6월 민주항쟁 당시 사진이 올라온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한마디로, 만감이 교차한다. 20대 중반에 연세대 학생회장이 돼 엄청난 국가적 항쟁을 주도한 셈이다. ‘그래도 참 열심히 싸웠지’ ‘국가에 기여했지’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는데 국민들은 왜 이렇게 더 힘들어졌지?’라는 반성을 하게 된다.

6.10 민주항쟁 이후 결국 6.29 직선제 개헌이 가능해졌다. 국민이 자기 손으로 대통령을 뽑을 수 있게 된 것에 기여한 자부심이 있다. 요즘 주변에서 개헌을 얘기하는 국회의원이 많은데, 실제로 개헌을 만든 건 저다(웃음) 6월10일은 이한열이라는 후배가 저를 대신해 최루탄을 맞았기 때문에... 착잡한 마음이 교차한다.

―박근혜 정권의 ‘민주주의 흔들기‘에 대해 여러 번 지적해왔다. 386세대로서 느끼는 바가 많겠다.

박근혜 정권 들어와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규정할 수 있는 게 딱 세 가지다. 첫째는 공작적 국정 운영이다. 국정원과 검찰을 동원하고 일명 ‘짬짜미(비밀스런 수작)’를 한다. 어버이연합과 국정원 댓글사건도 마찬가지이다. 그 이후에 해킹 사건도. 국정원을 중심으로 국내정치에 접근하는 통치 방식, 이게 첫 번째 후퇴 요인이다. 여기서 광범위한 인권유린과 불법·탈법적 사건이 계속 생기는 것이다. 국민을 감시하고, 별의별 사건을 만들어내고, 전경련이 자금을 대고 보수단체를 동원해서 데모하게 하고. 어떻게 세월호 유가족을 종북으로 몰 수가 있느냐. 그걸 어버이연합이 하지 않았나. 그런 나라 운영 방식이 민주주의인가? 이런 문제를 바로잡지 못하면 민주주의는 해결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언론의 자유. 방송의 손발을 묶어놓는다. 그게 뭐 하는 거냐. 언론자유가 심각하게 후퇴했다. 언론이 무너지면 공론이 무너진다. 하지만 청와대는 방송을 장악하고 길들이려고 한다.

세 번째는 ‘의회민주주의 후퇴’이다. 청와대가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여당으로부터 자율성을 빼앗고 여야간 합의된 사항을 깨버렸다. 그래서 정쟁이 가속화됐다. 야당 입장에서는 여당과 합의가 깨지면 당연히 극한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

이 세 가지 문제를 바로잡지 않고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바로잡을 수 없다는 것이 저의 확고한 신념이다. 또 20대 총선 민의는 박근혜 정부의 이러한 점을 심판한 것이다. 그러므로 더민주는 경제 문제를 돌보는 민생에서는 협치를 하겠지만, 민주주의 후퇴의 문제는 바로잡아야겠다. 특히 6월항쟁 세대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권력자가 권력 기관을 앞세우고, 언론을 통제하고, 의회를 말살하는, 바로 이것을 무너뜨리기 위해 감옥까지 가면서 싸워냈다. 그런데 지금 국회의원이 됐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을 방관해서 되겠는가. 6월항쟁 사진을(의원실에) 왜 걸어놓겠는가.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20대 국회에서 여야 모두가 ‘협치’를 말한다. 하지만 더민주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 청와대 ‘서별관 회의’ 논란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해 청문회를 개최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정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문회를) 안 하고 넘어갈 수 있겠나. 민생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지 않는 협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언급된 문제들은 야당이 정략적 계산으로 제기한 게 아니다. (정부·여당) 자신들이 국가를 운영하면서 불거진 문제점들을 따져보자는 것이다. 그 목소리를 무시한다면 더민주가 그런 협치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그 문제들은 협치와 무관한, 당연히 다뤄야 할 국가적 현안이다.

다만 어버이연합 자금지원 의혹, 정운호 사건은 제가 원내대표가 된 이후 한 마디도 먼저 꺼낸 적이 없다. 사실은 그런 이슈들이 청와대와 검찰이 더 아프게 느낄 수 있는 현안이다. 하지만 제가 의도적으로 정치적 현안은 뒤로 놓고, 민생 현안을 앞세워 얘기하고 있다. 어버이연합·정운호 게이트 문제는 6월 국회에서 상임위 차원으로 다뤄보고, 거기서 납득할 수 있다면 굳이 청문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꼭 청문회 방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정조사를 하든 청문회를 열든, 여야가 협의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월호 특별조사위 활동 시한이 6월 말이다. 그러면 6월 국회에서 (조사위 활동을) 그만둘 것인지, 연장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조사할 것인지 매듭을 지어야 하지 않겠나. 저는 합리적으로 얘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청문회 개최는 협치와는 별개의 문제다. 협치는 어떻게 보면 제가 정말 잘해주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제창이 무산됐지만 참았다. 국회법에 거부권을 이상하게 행사했는데도 참았다. 원구성도 제가 양보했다. 이만큼 협치 해주는 야당을 지금까지 본 적 있느냐. 하지만 더이상은 양보할 수 없다. 이 정도 양보했으면 청와대와 여당도 성의를 표시해야 한다.

―더민주의 열혈 지지층들에게는 그런 ‘양보’들이 못마땅할 수 있다.

다 양보한 것은 아니지만,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서 종래의 제1야당처럼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렇게 가진 않을 것이다. 국민의 삶과 관련된 문제를 덮으려고 한다면 비타협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다. 그것은 참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오른쪽)와 우상호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국회에서 비대위원회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이 연일 ‘구의역 사고’를 꺼내들고 있다. 그 이슈를 부각시켜 다가올 청문회 정국의 방패로 삼으려는 듯하다.
= 만일 새누리당이 구의역 사고와 관련해 청문회를 요구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세훈 전 시장도 나와야한다. 그때부터 시작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본질은 첫째,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자격 미달 업체를 고용해 스크린도어를 졸속으로 설치했다. 당시 지하철로 뛰어들어 자살하는 국민이 많아서 스크린도어 문제가 불거졌다. 그런데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를 무슨 군사작전 펼치듯 너무 짧은 시간 안에 끝내버렸다. 그때 제대로 안 해서 스크린도어 고장이 잦은 것이다. 그리고 오세훈 시장 때 ‘안전의 외주화’가 일어났다. 자회사를 만들어 안전문제를 맡겨버린 것 아닌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부터 자회사를 만들기 시작해 오 전 시장 때 더욱 늘어났다. 새누리당은 눈 앞의 박원순 서울시장만 때리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 문제의 근원은 이명박·오세훈 때로 다 이어진다. 저는 ‘구의역 사고 청문회’를 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정쟁으로 누군가를 찍어내는 순간, 결국 본인들도 해당되는 문제임을 놓치지 말라고 것을 경고하는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그건 뭐 이명박 정권 때부터 난리가 났었다. 그때 결정했어야 했다.

―더민주의 입장은 어떤가

좀 불만이다. 국책사업은 국가 경쟁력, 대한민국의 미래, 백년대계를 결정하는 일 아닌가. 정치논리로 결정되면 안 된다. 결과적으로 (신공항은) 어느 지역이든 결정되긴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누가 봐도 ‘아, 저건 맞네’라고 말할 수 있게끔 타당한 기준이어야 한다. 일부는 반발할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 그 두 지역 외 사람들이 볼 때 ‘결정이 맞다’고 말해주면 해결된다. 공항 건설은 대한민국 사업인데 왜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가 결정하나. 강원·충청·서울·경기·호남은 아무 관심이 없겠나. TK와 PK는 ‘지역발전’이란 핑계로 싸울 수밖에 없다. 지역 간 갈등은 어쩔 수 없지만, 결정은 공정하게 내릴 수 있다. 선택받지 못한 지역이 반발하면 이해관계가 없는 나머지 지역민·정치인들이 ‘타당한 결정이었다’라고 반박해주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만일 제3지역 입장에서 봐도 ‘저건 정치적이다’ 라고 느낀다면 국가적 갈등으로 번지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을 지을 때 무슨 잡음이 있었나. 타당성을 다 검토해서 했으니까 그런 것이다.

―신공항 문제가 어디서부터 비롯됐다고 보는가

이거(영남권 신공항)는 이명박 정권 때 타당성을 잘 검토해서 결정했으면 됐다. 그런데 정치적 판단이 끼어들면서 계획을 무산시켜버린 것 아니냐. 그때 국가적인 투자 했어야한다. 어느 한쪽이 반발하더라도 가장 타당성 있게 해놓고 반발하는 지역을 달래는 다른 정책적 수단을 썼어야한다. 본인 임기 중에는 골치가 아프니까 뒤로 미뤄놓고, 결국 이 갈등을 지금까지 끌고 왔다. 그 바람에 국가적 투자가 6-7년 늦어진 것 아니냐. 그때 결정했으면 지금쯤 상당히 진척됐을 것이다.

―해결책이 있는가

전문가 얘기를 들어야 한다. 공항을 서로 유치하겠다는 정치인들이 항공·물류·동북아 물량·미래 관광수요 등 전문적인 부분을 어떻게 알겠는가. 국가 사업에 대한 결정은 정치 논리가 끼어들면 안 된다.

―투명한 절차 중요하다는 말인가

보고서를 쓰는 사람들이 가장 잘 안다. (연구원들이) 정치적 외압을 받고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 율곡비리 사건, 4대강 사업도 똑같다. 돈을 받고 거짓 보고서 써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가를 위해서 보고서를 써야한다. 그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전문가들이 정치적 결정의 하수인이 되면 안 된다. 전문가들이 정말 냉정하게 전문성을 발휘해야 한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보고서가 나오면 당 차원에서 엄정하게 따져볼 것이다. 그 보고서를 보기 전에 ‘어느 편’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제가 항공전문가도, 물류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에 전문적인 식견이 부족하다. 그러나 나중에 결과보고서를 분석할 능력은 있다. 어떻게? 인천국제공항 보고서랑 비교하면 된다. 우리는 인천공항이라는 세계 1등 공항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다. 그때랑 비교하면 답이 나온다.

―세계 1위 공항도 만들었지만 민·군복합공항인 청주공항 같이 논란이 되는 사례도 있다.

그게 다 정치논리이다. 지방에 지은 공항들은 다 정치인들이 (사업을) 끌어 가서 그런 것이다. 이 좁은 나라에 무슨 공항을 이렇게 많이 지어놓느냐. 공항 하나 만드는데 조 단위 들어가는데, 지금까지 몇십조를 날린 것 아니냐. 이런 식으로 국가적 투자가 이뤄지면 안 된다.

―정·재계에서 떠오르는 관심사가 ‘법인세’이다. 더민주는 법인세 인상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인세 인상은) 꼭 해야한다. 국가 채무를 더는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가면 나라가 망한다. 나라가 망하면 그 법인들은 법인세 몇 푼 더 안내려다가 다 구조조정 대상이 될 텐데, 그럼 좋겠나. 지금 세수가 너무 줄어들다 보니 중소기업들을 후려치는 세무조사를 엄청나게 벌이고 있다. 이게 정의인가. 세수가 부족하니 어디서든 만들어내야 하는데, 대기업은 놔두면서 웬만한 중소·중견기업은 2년마다 한 번씩 세무조사에 들어가 쥐어짜고 있다. 다 알지 않느냐. 말이 안 된다. 나라를 이렇게 운영하면 안 된다. 지금보다 더 큰 경제위기로 대기업들에게 더 큰 위기가 닥치기 전에, (대기업들은) 지난 8년간 감세 혜택을 충분히 봤으니 이제는 정상화하는 정도에서 고통분담을 하자는 것이다. 국가 채무가 더 커져 위기가 오기 전에 대기업들이 일부 좀 막아달라는 것이다. 이것은 부자에게 뜯어내서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자는 차원의 논리가 아니다. 경제 위기를 막아야겠다는 것이다. 또 고령화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복지 수요가 너무 높아졌다. 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세수 증대는 필수이다. 서로 국가적 위기를 막아보자는 ‘공동체 정신’으로 법인세 인상을 바라봐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조만간 추진할 생각인가.

시점은 아직 미정이다. 충격이 최소화되는 시점 즈음에 할 것이다. 다만 당내에서 의견을 모아보니 변재일 정책위의장도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언론에선 아직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과 비노(비노무현)·비문(비문재인)의 갈등’ 프레임으로 더민주를 해석하고 있다.

제가 들어온 순간부터 (계파갈등이) 사라지지 않았나. 신기하지 않은가.

―비결이 있나

제가 ‘무(無)계파’라서 그렇다. 제가 특정 계파에 속했다면 벌써 이번 원구성 협상을 두고 당에서 저를 들이받았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제가 “무계파가 원내대표를 해야한다”고 지속적으로 말했던 이유다. 그런데 제가 (원내대표가) 되니까 친노도 안 덤비고, 비노도 절 비판하지 않는다. 종래의 계파갈등은 대부분 당 대표나 원내대표를 흔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저는 친노와 비노 양쪽에서 찍어줬기 때문에 흔들릴 이유가 없다. 또 지금까지 썩 잘못한 것도 없다. 의원 개개인이 약간 서운해 할 수는 있어도, 그런 부분은 제가 개인적으로 만나서 다 풀었다. 제가 잘했다는 소리가 아니다. ‘무계파’라는 제 전제조건이 당내 계파갈등을 해소한 원인이라는 얘기다. 다음 당 대표 나올 사람들도 특정 계파에 완벽히 속해 있는 사람도 없다. 우상호 체제 이후 계속 그렇다. 앞으로 계파갈등 프레임으로는 기사 쓰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까지 야당 전당대회에서는 항상 충돌이 있었다.

어차피 경쟁은 붙기 마련이다. 하지만 경쟁과 충돌은 다르다. 이번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도 다섯 후보가 붙었는데, 그걸 충돌로 쓸 것인가 경쟁으로 쓸 것인가는 민주주의에 대한 시각 차이다. 다만 대선 후보 경선 때는 한번 붙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도 종래의 친노-비노 구도가 대선에서도 재현될까? 저는 아니라고 본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친노가 밀어줄 건가, 비노가 밀어줄 건가. 안희정 충남지사를 친노가 밀어줄 건가, 비노가 밀어줄 건가. 애매하지 않으냐. 지금으로서는 (차기 대선 후보로) 문재인·안희정·박원순·김부겸이 거의 확실한데. 김두관, 손학규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정세균 의장의 선출 배경을 친노-친문 세력이 오히려 강화된 것으로 보기도 했다.

그 보도에는 모순이 있다. 그렇다면 초선의원들이 정 의장에게 몰표를 줬다는 것인데, 초선에 친노-비노가 어디 있나. (언론)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프레임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실상은 그게 아닌데 모순된 기사 쓰는 것이다. 제가 분명히 말하지만, 더민주는 변화하고 있다. 우상호와 초·재선을 중심으로 계파갈등이 사라지고 있다. 3·4선 이상은 분명 예전의 감정 남아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압도적으로 초·재선이 많다. 그래서 기존의 계파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저에게 주문했다. 6개월만 지나면 계파갈등 문제는 깔끔하게 사라질 것이다.

―취임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그동안 당내에서 정쟁이나 충돌이 크게 없었던 배경으로 본인의 리더십을 꼽을 수 있겠나.

그렇다. 지난해 당 내분이 심각할 때 비노들도 문 전 대표만 당 대표직에서 사라져주면 해결된다고 그런 것 아니냐. 지금 문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또 문 전 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20대 총선 전후로 갈등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렇다면 비노가 문 전 대표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김 대표를 때릴 일은 없지 않겠나. 친노는 본인들이 (당으로) 데리고 온 분인데 어떻게 싸우겠느냐. 저는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친노와 비노가 모두 다 도왔다. 싸울 일이 없다. 의원들이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상대로 싸울 일이 없기 때문에 계파갈등이 사라졌다. 그런데 왜 (언론에서는) 인정하지 않느냐. 언론은 ‘설마 이 당이…?’라는 의심을 계속 하는 것이다. 정치는 벌어진 상황에 따라 분석해야지 자꾸 과거에 얽매여 현재를 반영한 기사를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 달 반을 지켜봤으면 이제는 ‘변화가 생겼다’고 써줄 때가 됐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