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관광◈/◐한국♡기행

한국기행 <지리산 行 - 산청·함양>2014년 9월 8일 (월) ~ 9월 12일 미리보기

파라클레토스 2014. 9. 16. 00:55

지리산 行 - 산청·함양

 

 

 방송일시 : 2014년 9월 8일 (월) ~ 9월 12일 (금)

기획 : 김 민

촬영 : 최 경 선

구성 : 이 용 규

연출 : 양 혜 정

(미디어 길)

 

 

 

 

지리산은 흙이 두껍고 기름져서 온 산이 모두 사람 살기에 적당하다.

이 산에 사는 백성은 풍년, 흉년을 모르므로 지리산을 두고 부산(富山)이라 부른다.

- 택리지(擇里志), 이중환

 

한반도 백두대간의 종착점이자 금강산, 한라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영산으로도 불리는 지리산.

전북 남원과 전남 구례, 경남 산청, 함양, 하동 3개 도에 걸쳐 있는 거대한 산이다.

수많은 길과 마을을 품에 안은 어머니의 산.

산에 기대어 살며 삶의 터전을 가꾸어 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래동화처럼 이어져 내려오는 곳.

지리산 북동쪽에 걸친 산청군과 함양군으로 떠나본다.

 

 

1부. 청산에 기대어 살다 (9월 8일 저녁 9시 30분)

 

 

지리산 너른 품에 안긴 산청과 함양.

지리산에서 뻗어 나온 산줄기를 따라 능선이 굽이굽이 이어지고

산에 터를 내고 산자락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곳.

 

산청에 위치한 해발 800m의 둔철산.

산 동쪽 편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암자, 정취암이 있다.

그곳에서 자연을 수행처 삼고 살아가는 수완스님.

산속 모든 생명은 스님의 목탁 소리와 함께 아침을 맞는다.

햇볕에 잘 곰삭은 된장 한 종지와

작은 텃밭에서 딴 깻잎이며 고추가 아침 공양의 전부지만

탁 트인 절벽 위에서 바라본 풍경으로 마음만은 항상 벅차오른다.

 

건너다보이는 능선이 누워 있는 부처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견불동’

함양 견불동 마을은 천왕봉이 눈높이로 보이는 산꼭대기 마을이다.

이곳에 자리 잡은 지 18년째인 이강영 씨 부부.

이곳은 경치가 좋아 물도 쉬었다 간다고 말하는 이강영 씨의 얼굴이 해맑다.

가족은 이곳으로 와 많은 보물을 얻었다.

가족이 힘을 모아 직접 지은 집과 찬거리를 내어주는 텃밭.

계절에 따라 아침저녁으로 다른 풍경을 빚어내는 앞마당.

그리고 애지중지 담기 시작한 된장이 그것이다.

지리산의 맑은 공기와 햇볕을 먹고 익은 된장.

10년 된 된장의 깊은 맛과 빛깔은 자연의 너그러움과 부부의 정성을 담고 있다.

 

자연을 벗 삼아 산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

산자락에 줄지어 놓인 독 안의 된장처럼

그들의 삶도 오랜 세월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

구수하고 깊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본다.

 

 

2부. 나의 살던 고향은 (9월 9일 저녁 9시 30분)

 

함양 창원마을 김봉귀 할아버지 댁에 귀여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방학을 맞이해 놀러 온 손자들 덕분에 시골집이 떠들썩하다.

할아버지 경운기 타고 고불고불 시골 길 오르면

첩첩이 다랑논이 펼쳐지고

할아버지가 풀 베는 사이 아이들은 옥수수도 따고 가재도 잡는다.

올해 7살인 준범이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밌기만 하다.

소에게 풀도 직접 먹이고

누나들과 봉숭아 꽃잎 따다가 손톱에 물도 들여 본다.

풀벌레 소리 가득한 저녁 무렵

할머니가 손수 베어 온 쑥에 불을 댕기고

고즈넉한 시골 풍경에 모깃불이 피어오른다.

 

황산마을 한춘임 할머니가 20년 동안 키운 호두나무.

올해도 어김없이 결실을 보았다.

마을 가득 후드득후드득 호두 터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할머니 집에 놀러 온 손녀는 포대에 주워담기 바쁘다.

가을철이면 감나무, 대추나무, 호두나무에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리고

집집이 걸려있는 긴 대나무 장대가 제 몫을 톡톡히 한다.

손때가 묻어 있는 옛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다.

 

봉숭아 꽃잎 따다 손톱 곱게 물들이던 시절.

할아버지 쫓아간 논에서 논둑 따라 걷던 기억.

돌담 골목마다 묻어있는 어린 시절의 추억.

누구나 마음 한 편에 품고 있는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찾아가 본다.

 

 

3부. 둘레길에서 찾은 행복 (9월 10일 저녁 9시 30분)

 

지리산 둘레길은 21개 읍면 120여 개 마을을 잇는 274km의 장거리 도보길이다.

길고 긴 둘레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3코스.

옛 고갯길인 등구재를 넘어 넓게 펼쳐진 다랑논과

산촌을 지나 엄천강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사진동호회에서 인연이 닿은 세 사람이 이 길을 찾았다.

시원한 바람 맞으며 걷다 보면 오래된 나무를 만나기도 하고

깨끗한 계곡에서 더위를 식혀보기도 한다.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 모를 원두막에

어느 농부가 여행자를 위해 남겨놓은 무말랭이 한 봉지.

카메라 하나씩 목에 메고 길을 걷다 보면

한 걸음 한 걸음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풍경들이 펼쳐진다.

 

둘레길이 닿는 창원마을에서 민박을 운영하는 정노숙 씨.

귀농 8년째에 접어든 부부는 정겨운 돌담과

밤이면 날아다니는 반딧불, 쏟아질 한 별에 반해 마을에 정착했다.

찾아오는 손님에게 직접 텃밭에서 따 온 신선한 재료로 시골 밥상을 대접한다.

약도 치지 않는 텃밭에는 파프리카, 참외, 토마토, 오이 없는 것이 없다.

밭에 나는 작은 풀 하나도 귀하게 여겨 요리 재료로 쓴다.

산이 내어주는 재료에 정성스러운 마음이 담기고

소박하지만 큰 맛이 담긴 그야말로 자연을 닮은 밥상이다.

 

길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기도 한다.

마을이 품고 있는 정겨운 이야기를 만나며 쌓이는 하나뿐인 추억.

옛날이야기가 넘실대고 좋은 인심을 만나는 길.

아름다운 풍경뿐만 아니라 사람 사는 냄새 가득한 둘레길을 걸어보자.

 

 

4부. 산이 오라하고, 들이 머물라 하네 (9월 11일 저녁 9시 30분)

 

 

함양군에서도 가장 깊은 산골 마을인 두지터.

그곳에서도 맨 꼭대기에 집을 짓고 사는 노금옥 할머니.

첩첩산중 오가는 사람 없는 외딴 집이 할머니의 보금자리다.

검은 단발머리에 꼿꼿한 허리.

뒷모습만 보면 젊은 아가씨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오직 산이 좋아 이곳에 산 지도 벌써 31년이다.

산에 살면서 약초와 버섯, 야생화뿐만 아니라

지리산 구석구석 모르는 것이 없는 만물박사가 된 할머니.

무엇보다도 산을 사랑하고 자연을 아끼는 마음 덕분에

할머니는 산에 있는 모든 생명과 친구가 되었다.

 

철을 맞아 연잎 수확이 한창이다.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자란 연잎은 함양군의 유명한 자랑거리다.

모전마을 박정희 할머니는 쑥쑥 자라는 연잎을 볼 때면

따사로운 햇살과 비에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다.

자연의 도움 없이 사람 힘만으로는 키울 수 없다고 말하는 할머니.

잘 자라준 연잎은 버릴 것 하나 없는 자연의 소중한 선물이다.

다가오는 추석을 맞이해 자식들에게 줄 연밥을 만들기로 했다.

해거름 녘 하늘 위로 구수한 연기 피어오르고

연밥뿐만 아니라 초록색 면이 싱그러운 연잎 칼국수, 건강에 좋은 연근전까지.

건강한 연잎 밥상이 한 상 가득 차려진다.

 

아직은 생소한 ‘여주’

특이한 생김새 때문에 예전에는 관상용으로 심었지만

최근에 당뇨와 성인병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노랗게 익어버리면 약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초록빛 감돌 때 따야 한다.

밤사이 불쑥 자란 여주 따는 재미에 농부는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유명세를 타면서 여주로 차도 만들어 마시고

효소로 만들어 약으로 먹기도 한다.

 

산이 품어주고 들이 터를 내주면

따사로운 햇살과 맑은 공기가 곡식을 익게 한다.

가을의 발걸음 소리에 익어가는 산과 들로 함께 떠나보자.

 

 

5부. 아름다운 시절의 기억 (9월 12일 저녁 9시 30분)

 

 

함양군 황산마을 소나무 숲 사이로 탁탁탁- 나무 조각 소리가 가득하다.

41년 동안 고독한 서각의 길을 걸어온 송문영 씨다.

고향의 옛 정취와 유년시절을 잊지 못해

연어가 알을 낳고 모천으로 오듯이 고향으로 돌아온 지 30년을 맞았다.

마을 곳곳에는 지나온 시절의 역사가 남아 있다.

마을을 지키던 550년 된 정자목과 서낭당.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던 동호정.

그리고 송문영 씨의 유년시절 기억 속에 자리 잡은 다랑논까지.

 

‘종이골’이라고도 불리던 마을

서른 집 넘을 정도로 많던 종이 농가는 다 사라지고 이상옥 씨 집만 남았다.

물이 맑고 공기가 좋아 닥나무가 잘 자라지만

약이 닿으면 다 죽어버리는 통에 직접 낫으로 나무 주변을 제초해야 한다.

손이 많이 가는 수작업이라 고되지만 4남매를 키워낸 고마운 종이다.

자식들 생각에 종이 뜨는 발에 물기 마를 날이 없다.

 

지리산에서부터 경호강에 이르기까지

물은 수많은 생명을 껴안고 하류까지 이르렀다.

산청 경호강에서 투망으로 고기를 잡는 어부 거창균 씨.

쉬리, 갈겨니, 모래무지까지.

경호강의 물고기는 강을 거슬러 올라와 그 힘으로 먹이를 잡기 때문에

어느 지역 물고기보다 으뜸이라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강이 흐르며 시간도 흘렀지만

경호강에는 거창균 씨의 유년과 젊은 시절이 모두 담겨 있다.

평생을 강과 함께해 온 그의 어깨에 그물이 반짝인다.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에게 품을 내어주던 지리산.

천왕봉에서 시작된 물길이 강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흐르는 강물 따라 흘러온 옛 시절을 거슬러 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