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킹소다·구연산·과탄산소다 '천연 3총사' 쓰면 안심?
"천연물질도 분말·스프레이 형태 흡입 시 위해 가능성 있어" 화학 제품에 '천연OO' 명칭 어폐 있어.. 지나친 공포심은 경계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 '워킹맘' A씨(35·여)는 가습기 살균제에 이어 페브리즈까지 유해할 수 있다는 논란이 일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녀 이불과 옷에 종종 뿌려왔기 때문. A씨는 이후 빨래할 땐 베이킹소다와 산소계표백제(과탄산소다)를, 방향제 용도로는 분무기에 베이킹소다 한 스푼을 넣어 쓰고 있다. 그럼에도 A씨는 불안하다. 천연성분이 맞는지, 또 100% 안전한 성분이 맞는지 이젠 확신할 수 없어서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이은 페브리즈 논란 이후 '베구산' 열풍이 불고 있다. 베구산은 천연성분으로 알려진 베이킹소다·구연산·산소계포백제를 줄인 말로 생활화학용품 대체제로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이 성분들에 대해서도 흡입독성 가능성을 제기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31일 관련 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베이킹소다, 구연산, 산소계표백제 성분(이하 베구산)은 논란이 된 화학물질들 보다 비교적 안전한 물질로 확인되지만 분말 또는 스프레이 형태로 흡입할 경우 위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시 포비아'가 몰아친 후 '노케미족(No-Chemi 族)'과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베구산'을 구매해 직접 세제나 세정제, 탈취제 등을 만들어 쓰고 있다. 베구산은 세척·살균·표백·탈취 기능이 있는 자연계 물질이다.
천연물질 또는 천연성분으로 불리는 베구산은 소비자들 사이에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한달 동안 대형마트와 인터넷 쇼핑몰에선 세제와 방향제 판매량은 급격히 줄어든 반면 베구산 제품 판매량은 급격히 늘었다.
다만 기업에서 생산·판매하는 관련 제품은 자연에서 채취하기보다는 화학반응을 통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베구산을 활용하면서도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문가들도 베이킹소다·구연산·과탄산소다에 대해 비교적 안정된 물질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유해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판기 용인대 산업환경보건학과 교수는 "3가지 성분 모두 흡입노출에 따른 유해성이 언급된 보고서를 찾을 수 있었다”며 "특히 베이킹소다와 과탄산소다가 분말형태로 호흡기에 들어가면 폐 속의 폐포까지 도달해 예상치 못한 독성 반응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교적 안전한 물질이라고 해도 작은 입자 형태로 호흡기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예상치 못한 독성반응 및 물리적인 폐 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이어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은 소금과 비슷한 정도지만, 과탄산소다는 베이킹소다보다 4배 정도 독성이 강하다"며 "연구 논문을 살펴보면 과탄산소다는 눈에 노출되면 치명적일 수 있고 구연산은 스프레이로 사용하면 안 된다고 언급돼 있다"고 말했다.
임종한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역시 "이들 물질은 체내 독성 보고가 발생한 적 없는 비교적으로 안정화된 물질"이라면서도 "다만 분말을 흡입하거나 스프레이로 사용할 경우 흡입독성 위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베구산 성분을 천연물질이라고 일컫는 부분에 대해서도 적절한 표현이 아니라고 했다.
김 교수는 "기업들이 천연물질 또는 천연성분이라고 홍보하는데 사실 어폐가 있다"며 "자연상에 존재하는 물질이지만, 판매되는 제품 대부분은 화학적 방법으로 제조하는 것으로 안다. 그렇기에 천연물질이라기보다는 자연에 존재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화학물질이라고 해야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베구산 성분에 공포심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 성분들은 분말·스프레이 형태로 자주 흡입하게 되면 위해 우려가 있다는 정도이지 옥시 살균제 등에 사용된 물질과는 엄연히 구분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은 식품첨가물로 활용될 만큼 독성이 적은 데다가 학계에 독성이 보고된 적도 없는 비교적 안전한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도 "분말 또는 스프레이로 사용할 때 마스크를 사용하는 등의 약간의 주의만 하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세 가지 제품을 판매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어떤 물질이라도 분말 형태로 흡입해 폐에 들어가면 유해할 것"이라며 "구연산과 과탄산소다 경우 스프레이 형태로 사용하지 말 것과 염소계 표백제와 섞어 쓰지 말 것을 '활용 팁'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킹소다 약알카리성으로 물과 반응한 결정이 때를 빼내는 작용을 한다. 과일에 들어 있는 구연산은 약산성으로 얼룩을 지우는 데 효과가 있다. 과탄산소다는 강알칼리 성질을 띠고 있어 세탁 세제 및 표백제로만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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