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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고갯길 2014.07.14~07.18

파라클레토스 2014. 9. 16. 00:35

강원 고갯길


방송일시 : 2014년 7월 14일 (월) ~ 7월 18일 (금)
기획 : 김 민
촬영 : 정석호
구성 : 박경애
연출 : 정진권
( (주) 박앤박 미디어)




“사흘을 걸었는데도 아직 하늘을 보지 못했다”
고봉준령이 하늘마저 가려버린 땅, 강원도

산이 많아 고개도 많다.
대관령 미시령 한계령 진부령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이 고개들에는
강원도 사람들의 옛 이야기가 담겨 있기도 하고
손때 묻지 않은 태곳적 원시의 자연이 남아 있기도 하다
우리네 삶의 이야기와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강원고갯길로 여정을 떠나본다








1부. 고개로 떠나는 피서




영동과 영서를 연결하는 영동고속도로의 동쪽 마지막 고개, 대관령.
고개가 험해 ‘대굴대굴 구르며 넘는 고개’라 해, 대굴령이라고도 불렸다.
그런 대관령을 오르는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
험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고개지만,
이들에게는 도전해보고 싶은 고개요, 꼭 정복하고 싶은 고개다.
고개를 오르면 펼쳐지는 풍경은 두말 할 것 없고,
땀 흘린 뒤 맛보는 대관령 바람의 매력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알 수가 없다.


열대야가 없는 바람의 고개, 대관령.
이제는 대관령의 상징처럼 자리 잡은 풍력발전기의 날개 수리를 위해
아찔한 높이 마다않고 크레인에 오른다.
1년에 한 번, 여름이 시작 되는 시기에 이루어지는 그들만의 연례행사다.


서림계곡이 흐르는 고개마을 황룡리
여름이 오면 마을 남자들은 족대 하나씩 챙겨들고 마을 앞 계곡으로 향한다.
‘물끊이’라고 부르는 그들만의 피서법, 천렵을 하기 위해서다.
돌을 쌓아 물길을 막고 잡은 물고기가 어느새 양동이 한가득.
그렇게 잡은 물고기에 마을 지천에 널린 초피나무를 넣어
얼큰하게 매운탕을 끓여내면 이만한 여름 보양식도 없다.


사람들이 모두 잠든 새벽, 거진항은 오징어 배들이 켜 둔 집어등에 대낮처럼 환하다.
동해 바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주인공,
오징어를 잡으러 나가기 위한 선원들이 분주하다.
밤을 꼬박 지새우며 이루어지는 고된 조업에도
만선의 희망을 품은 선원들의 손놀림은 재빠르기만 하다.
갓 잡은 오징어로 해먹는 오징어물회의 맛은 뱃사람만 느낄 수 있는 별미.
여름 밤 고된 작업의 피로도 싹 날려버릴 특별한 맛이다.






2부. 감자에 웃고 감자에 울고



감자의 고장, 강원도.
강원도 사람치고 감자 농사를 안 짓는 사람이 없고,
감자에 얽힌 기억이 없는 사람이 없다.

일 년 중 해가 제일 높고 뜨겁다는 하지.
이 맘 때의 고천 마을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행사가 있다.
하지가 지난 후 그 해 첫 감자를 수확해 마을 사람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것.
농촌에서 가장 바쁜 6월, 감자를 핑계 삼아 얻은 하루의 휴가인 셈이다.
옛 방식 그대로 땅을 파고, 두 개의 구덩이를 만들어
증기로 감자를 찌는 방식의 삼굿구이.
첫 수확한 감자에 돼지고기까지 더해져 소박하지만 푸짐한 잔칫상이 차려졌다.


양양 송천 떡마을 아낙들에게 고개는 삶의 길이요, 생명줄이었다.
매일 새벽에 만든 떡을 머리에 이고
망령고개 너머 떡을 팔러 다녔던 아낙들.
먹을 게 없던 그 시절엔 성한 감자로는 떡 빚어 먹을 엄두도 못 냈다.
여름 장마로 썩은 감자를 며칠씩 묵혀 냄새를 없애고
전분을 내어 빚어 먹었던 감자떡.
썩은 감자조차 허투루 버릴 수 없던 아낙들의 지혜다.


고향을 떠났던 홍경식씨를 불러 온 것은 다름 아닌 감자찜.
돌 쌓고 불 지펴 감자 위에 쑥 얹고 흙 덮어 푹 쪄내는 감자찜은
어린 시절 소 풀 먹이러 다닐 때
간식 삼아 해 먹던 추억의 음식이다.







3부. 고개 너머 여름이



벌통을 실은 트럭 한 대가 굽이굽이 길을 오른다.
오대산 줄기 따라 여름에 꽃이 피는 엄나무와 피나무의 꿀을 얻기 위해
벌통을 옮기는 신동욱씨.
질 좋은 꿀을 얻기 위해 그는 일 년이면 수십 번 고개를 넘는다.
오염되지 않고, 꿀을 많이 딸 수 있는 지역을 찾는 일은
30년을 산에서 산 그에게도 쉽지 않은 일.
늦은 밤 벌통을 옮기고, 천막을 친다.
잠을 자는 침대마저 벌통으로 만든 간이침대.
고된 생활이지만 자식 같은 벌들과 함께하는 산속 생활이 마냥 싫지만은 않다.
꿀을 뜨러 찾아 왔지만, 물 맑고 공기 좋은 그곳이 무릉도원.
여름의 무더위도 시원한 계곡물에 발 한 번 담그면 날아가고,
벌들이 열심히 모아 올 꿀을 생각하면 마음이 풍족하기만 하다.


고랭지 채소가 유명한 대관령에서 재배 되는 여름 딸기.
한여름에도 열대야가 없는 대관령 기후가 최적지인 여름 딸기는
겨울딸기보다 과실이 단단하고 모양이 예쁜 게 특징.
가장 처음 여름 딸기 재배를 시작했다는 심종태씨.
그의 얼굴엔 딸기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하다.


속초 동명항을 출발한 강승암 선장의 배가 고성군 앞바다까지 나간다.
골뱅이 서식지를 찾아 속초에서 먼 바다까지 나가는 것.
여름철 대표 별미 중 하나인 골뱅이.
4월에서 7월 산란기를 맞은 골뱅이는 더 쫄깃하고 맛있는게 특징이다.
큼지막한 생선토막을 미끼통에 넣고 통발을 던진다.
몇 번을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골뱅이가 수북이 쌓였다.


고갯길 너머로 찾아오는 여름을 맞이하는 사람들.
그들을 만나러 떠나본다.







4부. 아흔아홉 굽이 인생길



한계령 너머 어성전리.
봄에 나는 산나물이 거의 끝난 시기지만,
늦게까지도 뜯을 수 있는 나물이 있다며 어머님들이 마을 뒷산에 오른다.
어머니들이 뜯는 나물은 다름 아닌 뚜깔나물.
먹을 건 귀하고, 밥 양은 늘리기 위한 그 시절 어머니들의 지혜로 탄생한 뚜깔나물밥.
‘반디기’라 불리는 보리 개떡도 그 때는 귀중한 양식이었다.
옛날에는 그렇게도 질려서 못 먹겠더니
이 시기가 되면 가끔 떠올라 별미로 만들어 먹는다는 뚜깔나물밥과 반디기.
소박한 보릿고개 밥상 앞에 마을 어머님들의 추억이 피어난다.


굽이굽이 고갯길을 넘어 달리는 버스.
장날이면 보따리 하나씩 들고 버스에 오르는 어르신들.
위아래 마을에 사는 동서지간도 버스에서 만난다.
목적지는 정선장.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정선장이지만,
 수수부꾸미며 올챙이국수를 파는 윤복난씨에게 장은 삶의 터전이자
어머니의 세월이 담긴 소중한 곳이다.


강원도의 보릿고개를 넘겨준 나물, 곤드레.
그 중에서도 민둥산 밑자락, 한치 마을은 곤드레가 주 작물인 곳이다.
정선 아리랑에도 한치 곤드레가 나올 정도.
몇 년 전 한치 마을에 정착한 안용현씨.
손수 가마솥에 지은 곤드레 밥으로 상을 차려 먹으니
절로 아리랑 한 소절이 나온다.
소박한 밥상 앞에서 아리랑 한 자락 뽑아내는 안용훈 씨의 얼굴이
향긋한 내음 풍기는 곤드레를 닮았다.







5부. 백복령을 아시나요?



예부터 물고기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했던 동해는
어부들에게 소중한 곳간이자, 삶의 터전이었다.
모두가 잠든 새벽 가장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선장님과 선원들.
그물 가득 걸려오는 물고기들은
풍요의 바다 동해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도루묵 가자미 곰치
종류도 다양하게 한 가득 걸려 올라오는 물고기들.


45년을 한결같이 장날이면 생선을 이고 고갯길 넘어
정선 임계에 가곤 했던 박선녀 어머니.
산골 사람들에게는 장날이 아니면 생선 구경하기도 어렵던 시절.
걸어서 서 너 시간이 걸리는 거리도 마다않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고갯길을 넘어 다녔다.
지금은 두 아들이 그런 어머니의 곁을 든든히 지키며 함께 장에 다닌다.
그저 어머니가 함께 나와 앉아 계셔주시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김원덕씨.
김원덕씨 모자에게는 고갯길이 생계를 이어준 고마운 존재다.


지금이야 불도 도구도 모두 좋아졌지만
그 시절엔 아궁이 떼고 나온 불씨를 이용해 석쇠에 올려 생선을 구웠다.
생선 구경하기가 어려웠던 정선 사람들은
장날이면 어물장수에게서 고등어 한 손, 꽁치 한 손 사다가
마을 친한 분들을 불러 구워먹었다.
거창하지 않은 소박한 생선구이 밥상만으로도 행복했던 시절.
노릇하게 익어가는 고등어를 보며 어르신들의 옛 추억도 익어간다.